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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스프링보드 48 실리콘밸리

지난 10월 21일(금)부터 23일(일), 약 48시간의 시간 동안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NASA (미 항공 우주국) 리서치 센터 안의 싱귤레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에서는 TIDE Institute희망제작소가 공동 주최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제목은 ‘스타트업 스프링보드 48‘, 즉 그 자리에서 즉시 팀을 만들고 48시간동안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입니다. 약 40여명이 모였는데 무려 2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 중 가장 표를 많이 얻은 아이디어 12개가 선정되고,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 CEO가 되어 팀원들을 고용해서 그 즉시 일을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서울에서도 같은 주제로 행사가 열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비전을 가지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고산씨가 나와서 취지를 설명한 후에 싱귤레러티 대학의 CEO가 나와 싱귤레러티가 가진 이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고산 TIDE Institute 대표

이 행사에 저도 비빔밥 레스토랑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여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더군요. 아래는 금요일에 바로 만들어진 저희 팀 사진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전에 호텔에서 일했었고, 유명한 여의도의 씨푸드 부페, “무스쿠스“의 초기 셋업에 참여한 후 현재 샌프란시스코 일식 레스토랑에서 셰프(chef)로 일하는 황익주씨와, 프렌차이즈 사업에 관심이 많아 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해온 버클리대 경영학과의 장영준씨가 참여해서 정말 알차고 열띤 3일을 보냈습니다.

즉석에서 결성된 드림팀, Mix'n Bowl

서울에 이어 이번에 실리콘밸리에서 열렸고, 다음주에 또 보스턴에서 있을 이 행사를 기획하느라 정말 수고했던 네 사람을 밸리 인사이드가 만났습니다.

이번 행사를 함께 기획한 황동호, 유영석, 고산, 이지혜씨

조성문: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지혜: NYU Stern의 MBA 과정에 재학중이고, 그 전에는 Acadian Asset Management라는 자산관리 회사에서 일하며 주식 자산 운용을 했습니다.

고산: 저는 TIDE 인스티튜트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TIDE는, 작년에 영석씨와 제가 싱귤레러티 대학에서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든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 진학하기 전에 과학 기술을 통해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실리콘밸리의 이 분위기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bar)에서 만난 사람이 자신의 사업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회사에 있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도 분명히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역동적인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것이 그런 정신이라고 믿는데, 그 정신을 다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유영석: 한국에서 Upstart라는 소셜 펀딩 인터넷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TIDE의 Cofounder이자 상임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황동호: TIDE에서 교육 국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에서 MJ라는 주얼리 유통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재미난 일을 찾고 있던 중에 산 형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열렸던 영 제너레이션 포럼 행사 기획을 함께 한 것이 계기가 되어 TIDE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조성문: 어떻게 해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게 되었나요?

이지혜: 저는 창업에 항상 관심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회사 일때문에 실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이런 기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고산: 저는 현재 이공계 백그라운드를 가진 과학기술인들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국에, 54시간동안 팀을 짜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스타트업 위켄드라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직접 참여해본 후에 이런 것을 우리 한국인들끼리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에 열기와 관심이 많으나 같이 일할 사람들을 찾지 못해서 그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아쉬웠던 참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아이디어만 있었는데 이지혜씨가 구체적인 일들을 담당하면서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성문: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황동호: 한국에 있으면서 원격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가장 어려웠습니다. 보스턴에서 있을 행사를 기획했는데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어 어려웠지요. 여기 저기 알아보던 중 MIT 총학생회장을 알게 되어 이메일로 주고 받으며 장소를 확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지혜: 힘든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렇게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함께 기획하기는 했지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실현되는 과정을 옆에서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어려웠던 점이라면, 우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일하다보니 복잡해진 아이디어를 문서로 정리하고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고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만, 조성문, 노범준 씨 등 실리콘밸리에 계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결국 오늘에 이를 수 있었네요.

조성문: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각자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황동호: 저는 본업에 충실할 때 시너지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지금 하고 있는 무역 관련한 일들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한편, 제가 2007년 11월 14일에 써서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미쳐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자.” TIDE가 저에게 그런 터전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비전에 공감하고 참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영석: 누구든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소셜 펀딩 회사와 TIDE 모두 그 비전에 따라 하고 있는 일입니다.

고산: 저는 한국이 실리콘밸리를 능가해서, 우리나라에서 민간 우주선을 개발하는 날을 꿈꿔 봅니다.

이지혜: 저는 우주선을 만드시면 타고 가고 싶구요 (웃음), 저는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자라가는 것에서 기쁨을 많이 느낍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새로운 것들이 자라나고 커 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이 행사와 미션을 함께 하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Business savvy한 public service woman’이 되고 싶은데요, 즉 사업 감각을 이용해서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고산: 그렇다면, ValleyInside에 대해 가지는 조성문씨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조성문: 제 블로그에서도 밝혔듯, 저는 블로그를 쓰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많이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사는 사람,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받은 영감을 전달해주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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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는 트랜스링크 캐피털의 Jay Eum 파트너, 월든 인터네셔널의 Phil K. Yoon 이사 등이 참여, 매우 실질적인 조언을 해 주어 더욱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진지하게 심사중인 모습

최종 1등은 EduFight 팀이 차지했습니다. 교육과 게임을 연결시켜 아이들이 재미를 누리면서 배우게 하자는 취지인데, 48시간만에 게임을 기획하고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후, 이를 들고 나가 실제 미국의 한 어린 아이에게 해보도록 하고, 그 부모가 “이런 게임이라면 다운로드하겠다.”고 말한 것을 영상에 담아와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1등을 차지한 팀, EduFight. 에버노트, 야후, 이베이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다음주 말에 있을 보스턴 행사가 또 창업에 열정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모이는 좋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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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 성공의 비결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애플 스토어에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글들을 애플 스토어 유리에 붙이고, 그 앞에 꽃과 촛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에 가득 붙은,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메시지들 (출처: @garywhitta)

사람들은 애플 스토어를 보며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마치 그것이 잡스의 초상화라도 되는 것처럼. 애플 스토어에 어떤 의미가 있길래 그럴까?

얼마전, 중국에서 가짜 애플 스토어가 들어서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BirdAbroad라는 필명을 가진 중국에 사는 한 미국인이 “스티브 잡스, 듣고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트위터, 페이스북 통을 통해 퍼지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급기야 얼마 후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신문의 첫 면에 “Made in China: Fake Stores” 라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 곤명(Kunming)의 가짜 애플 스토어. 로고, 상점 디자인 뿐 아니라 티셔츠까지도 똑같이 베꼈다.

2010년 7월에는 상해에 거대한 애플 스토어가 생겨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상해 애플 스토어 오픈 첫날,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출처: http://www.renzwertig.com/)

이어서, 홍콩에는 지난 달인 2011년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가 생겼다. 압도적인 규모이고, 오픈 첫 날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M.I.C에서 올린 사진과 비디오를 보면 실감이 난다. 특히 잘 편집된 비디오가 볼만하다.

홍콩에 새로 오픈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 (출처: http://micgadget.com)

한 때 미국을 호령했던 거대한 서점 체인인 Borders가 망하고, 미국 최대 오프라인 DVD 대여점이었던 Blockbuster도 망해가는 마당에, 애플 스토어는 오히려 갯수를 늘리고, 규모를 확장하고, 더 큰 스토어를 짓고, 그럴 때마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왜일까? 사람들이 그 안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길가다 보면 여기 저기 보이는 애플 스토어. 애플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더 자주 찾게 되었다. 나는 편리함때문에 아마존 또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래도 난 애플 스토어에 간다. 팔로 알토의 매력적인 애플 스토어를 지나갈 때마다 충동을 느끼고,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스토어에 항상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고, 뉴욕 5번가를 걷다가도 애플 스토어가 보이면 꼭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아무 것도 사지 않아도 말이다.

뉴욕 맨하탄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출처: http://news.worldofapple.com/)

무엇이 애플 스토어를 오늘날의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어떤 비밀 레시피(recipe)가 애플 스토어를 이러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다섯 가지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매장에 직원들이 가득 있다. 보통 다른 전자 제품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들어가면 즉시 누군가 와서 인사하고 맞아준다. 애플 스토어를 둘러보면 고객이 혼자 두리번 두리번 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래는, 집 근처 산타나 로(Santana Row) 근처의 애플 스토어를 찍은 동영상이다. 많은 고객들이 직원과 대화를 하고 (농담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한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파란 옷을 입은 수많은 직원 중 한 명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물론 당신에게 물건을 팔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둘째, 직원들이 모두 젊고, 쿨(cool)하고, 친절하다. 이는 애플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애플 스토어의 성공 비결을 잘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Apple’s Retail Secret“에 따르면, 직원들 교육을 매우 철저하게 하고, 관리도 철저하다고 한다. 직원들이 커미션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들의 목적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not to sell),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help customers solve problems)이라고 한다. 과연, 애플 스토어에 20번도 넘게 방문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니, 그 어떤 직원도 나에게 애플 제품을 하나라도 팔려고 했던 적은 없었다. 항상 그들의 질문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였다. 내가 새로 나온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A/S를 받으려고 온 건지, 아니면 그냥 둘러보려고 온 것인지, 악세사리를 사러 왔는지가 그들의 관심이지, 그 중 어떤 것도 나에게 파는 것이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

애플 스토어의 직원 교육 매뉴얼에서는 “APPLE이라는 줄임말”로 그들의 서비스를 요약했다. 누가 생각해냈는지 정말 기발하다.

  • A: Approach customers with a personalized warm welcome (개인화된 따뜻한 환영의 메시지를 가지고 고객에게 접근할 것)
  • P: Probe politely to understand all the customer’s needs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공손하게 알아볼 것)
  • P: Present a solution for the customer to take home today (고객이 오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
  • L: Listen for and resolve any issues or concerns (주의 깊게 듣고, 어떤 문제나 걱정이든지 해결할 것)
  • E: End with a fond farewell and an invitation to return (친절한 작별 인사와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초대하는 것으로 끝맺을 것)

이 다섯 가지 리스트를 보니 감탄이 나온다. 내가 애플 스토어에 갔을 때 느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이 다섯 가지 원칙을 단순히 외워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가치와 이유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팔로 알토 애플 스토어에서 최근 일을 시작한 Nick이라는 직원에게, 어떻게 해서 여기서 일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결코 쉽지 않았어요. 무려 6번의 인터뷰를 합니다. 채용이 되고 나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마지막 단계에는 12일의 현장 실습이 있습니다. 3일간 애플 스토어에서 일하고, 6일은 매장을 떠나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훈련하며, 다시 마지막 3일은 셰도잉(다른 매장 직원을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관찰하는 것)을 합니다. 특히 셰도잉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요.

애플 스토어 Personal Training 섹션에서 한 노부부가 직원에게 하나 하나 물어보면서 열심히 배우는 장면. 애플 스토어에서 이런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셋째, Genius Bar(지니어스 바)의 서비스가 매우 좋다.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는 곳인데, 그야말로 와우(WOW) 서비스이다. 맥북이든, 아이폰이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라도 여기에 가져가면 된다. 품질 보증 기간 이내이거나 제품 자체의 결함일 경우 두말 없이 새 것으로 교환해주거나 공짜로 수리해준다. 이런 저런 일로 몇 번 갔었는데, 매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한 번은 맥북의 디스플레이가 망가져서 가져간 적이 있었다. 또 수리비가 크게 깨지겠구나 했는데, 깜짝 놀라게도 공짜라고 하는 것이다. 부품의 결함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부품 공급 업체가 수리비를 전액 부담한다고 했다.

맥북 스크린이 이상해지더니 컴퓨터가 정지해버려서, 왕창 깨지겠구나 하고 갔는데 놀랍게도 수리비는 $0였다.

또 한번은 아이폰4 액정이 내 실수로 완전히 깨진 일이 있었다. 액정 수리비가 보통 $200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200불 깨질 각오를 하고 갔는데, Genius Bar에서 만난 직원이 “원래는 $200입니다. 그렇지만 공짜로 교환해드릴게요.” 처음에 내 귀를 의심할 수 없었다. 다시 물어봤는데, 정말로 무상 교환해준단다. 5분 후, 그 직원은 창고에서 박스에 곱게 포장된 아이폰 4를 가지고 나왔다. 아래는 그 때 기분 좋아 트윗했던 것이다.

액정 깨진 아이폰4를 무상으로 새 것으로 교환받은 날 기분 좋아하며 트윗했던 내용

이런 Genius Bar는 인기가 매우 많아 반드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예약은 10분 단위로 받는다.

Genius Bar 예약 화면

이 곳이 애플 스토어의 Genius Bar이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다가 생기는 어떤 문제라도 여기에 가져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넷째, 눈길을 끄는 매장 디스플레이이다. “반값 세일”, “신제품 출시 임박” 등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면서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끈다. 아래 몇 가지 예이다.

2009년 11월, 팔로 알토 애플 스토어의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 앱을 이용해서 트리를 만들었다.

맥북 에어가 가볍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출처: http://www.best-anti-spyware.com/)

마지막으로, 어디서 구매하든지 애플 제품은 가격이 같다. 요즘, 매장에서는 구경만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에 나중에 구매하거나, 그 즉시 폰으로 구매하는 것이 보통인데, 맥 제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어디서 사든지 가격이 같기 때문이다. 물론 아마존에서 사면 주 정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싸지기는 하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면 굳이 온라인으로 산다고 싸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장에 들러 그 즉시 구매하면서도 남들보다 비싸게 주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애플 스토어에 가면 사람들이 끊임없이 손에 제품을 하나씩 사서 들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비싼 땅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위해 만드는 경우가 있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 의류 매장들은 물론 많은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돈을 벌지만, 때론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돈을 잃으면서도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애플 스토어들은 모두 임대료가 비싼 요지에 위치해 있다 (뉴욕 5번가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애플 스토어는 모두 수익을 낸다고 한다. 아래 비디오는 2006년에 뉴욕 맨하탄 5번가(전 세계 명품점들이 모두 모인, 맨하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중 하나이다.)에 애플 스토어를 지었을 때, CNBC에서 스티브 잡스를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이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야기한다.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이번 스토어를 만들면서 다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돈을 벌지 못하는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애플 스토어는 하나도 빠짐 없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맨하탄 애플 스토어의 경우, 24시간 열려 있게 될 것이며, 300명의 직원이 일하고, 그 중 절반인 150명이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 일합니다. 새벽 2시에 영화를 편집하다 문제가 생겼다구요? 그럼 여기로 오면 됩니다.”

애플 스토어를 성공으로 만든 인물, Ron Johnson

2011년 6월 15일의 WSJ 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동안 애플 스토어 전체 326개 매장을 방문한 사람 수가 디즈니 테마 파크를 1년간 방문하는 사람 수(6천만명)보다 4배가 많았으며, 단위 면적(1 sqft)당 매출은 $4406로, 고급 다이어몬드 보석을 판매하는 티파니의 단위 면적당 매출 $3070을 크게 앞선다. 아찔할만큼 경이로운 실적이다.

이런 천재적인 아이템, 애플 스토어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아이디어는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서 나왔을 수 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했던 사람은, 애플에서 일하기 전에는 Target의 부사장이었고, 지금은 JCPenny 백화점의 CEO가 된 52세의 Ron Johnson이었다. 그는 2000년에 애플에 옮겨와서 Genius Bar, 매장 디자인, 애플 스토어 직원 교육 매뉴얼 등, 애플 스토어의 핵심적인 것들을 만들었으며, 2007년에는 70만주의 스톡 옵션을 행사해서 $112M(약1200억원)의 큰 돈을 벌기도 했다(주: Wikipedia). 2011년 6월 14일, 그가 애플을 떠나 JCPenny의 CEO가 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자마자 JCPenny의 주가가 하루만에 무려 18%가 상승했으니, 그가 애플을 위해 이룬 업적은 많은 투자가들에 의해 인정받은 셈이다.

Ron Johnson의 CEO 선임이 발표된 2011년 6월 14일 당시의 JC Penny 주가 변동. 하루만에 무려 18%가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2001년에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와 애플 스토어의 컨셉을 하나 하나 설명하는 비디오이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영혼은 애플 제품과 애플 스토어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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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오늘의 주제는 아마존(Amazon.com)이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 중 Top 3안에 드는 회사이고, 내 재산을 불려주는 회사이기도 하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이라는 주제로 작년 9월에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150달러이던 주가는 이제 200달러를 넘겼다. 당시 675억달러이던 시가 총액은 이제 915억달러(약 100조원)가 되었다 (참고로 삼성전자 시가 총액이 현재 132조원이다).

2011년 5월 13일 기준 아마존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친구들, 회사 동료들과 아마존 이야기를 하면 모두다 한결같이 하는 대답은 “Awesome!(최고!), I love it!(사랑해!)”이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었다. 어떤 회사든, 어떤 서비스든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게 마련인데, 어떻게 아마존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

‘성공 비결’이라는 주제로 지난번에 넷플릭스(Netflix)라는 회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마찬가지로 아마존에 대해서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세하게 이야기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트위터(@kyuclee)를 통해 아마존에 대한 자료를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본 아마존에 대한 분석 중 가장 좋기에 이를 기준으로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72장짜리 슬라이드인데, 원본은 여기에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은 꼭 전체를 보시기를: Amazon.com: the Hidden Empire (아마존닷컴: 숨겨진 제국)

아마존, 알고 보면 거대한 회사다. 이베이보다 두 배나 크고, 페이스북보다 15배나 많은 직원을 가지고 있고, 구글보다 매출이 16% 많고, 월마트보다 더 큰 소비자 브랜드이다.

왜 가능했을까? 비전 때문이다. 1994년,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았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이지만, 여기서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하겠다. 1964년생. 어머니가 10대에 임신해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을 갓 넘겼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다섯살 때 새아버지에게 입양된다.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 역시 너무 어린 어머니한테 태어났다가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 가족이 텍사스를 거쳐 플로리다에 이사한 후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했으며 컴퓨터 사이언스 학위를 받은 후 월 스트리트의 D. E. Shaw & Co.라는 금융회사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Financial Analyst)로 일하다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1994년에, 그가 서른 살이 되던 시점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다. 현재 아마존 주식의 20%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주식으로 인한 그의 개인 재산은 현재 약 20조원이다.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2003년에 “Next Web Innovation” 이란 주제로 했던 강연인데, 제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해서 한참을 웃으면서 봤다. 닷컴 버블 이후의 인터넷을 골드 러시 및 전기와 비교하며, 2003년의 인터넷 수준은 1908년의 전기 세탁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03년이면 이미 한게임/넷마블 등이 히트치고 네이버가 잘 나가던 때였는데, 제프는 그 시대를 1908년과 비교한 것이다. 왜 아마존이 그 이후에 끝없이 개선되고 성장했는지의 답이 그에게 있다.

TED에서 강연중인 제프 베조스. (이미지 출처: http://www.trustthefedora.com/)

그리고 그 비전은 뛰어난 실행력과 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아마존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했다. 1. 낮은 변동비, 2. 실시간 최적화, 3.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팅, 4. 전세계적인 시장, 5. 무제한의 재고, 6. 끝없이 개선되는 측정 지표와 이를 이용한 최적화

완전히 혁신적인 생각은 아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자"

소비자에게 먼저 투자한다: 소비자에게 포커스하고 그들의 요구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 요구를 저렴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끝없는 혁신을 가져오는데, 1. 소비자 경험을 위해 원클릭 쇼핑과 프라임 멤버십을 도입했고, 2. 일대일의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했고, 3. 구매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서 신뢰를 쌓았다. 결국 아마존은 소비자의 '잠재 요구'를 충족시켜, 그들이 뭔가 온라인에서 사겠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되도록 했다.

참고로, 2010년 4월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 해에 세운 452개의 목표 중에서 무려 360가지소비자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출처: Business Insider) 제프 베조스가 얼마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는지, 그리고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아마존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그동안 투자해온 것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전 블로그에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간략히 정리해 두었다: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

그 비밀 요리법은 바로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이다. 웹사이트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그 결과는 경쟁사보다 싸게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여기,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 Diapers.com의 놀라운 물류 시스템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있다. Kiva Robot 을 이용하여 자동화되어있다.

미국의 많은 성공적인 인터넷 기반의 회사가 그렇듯 (구글, 페이스북, 징가, 넷플릭스, 훌루, …), 아마존 역시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일 매일 개선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의 숨은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을 보면 감탄할 정도이다.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매우 초창기부터 이렇게 데이터 분석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 아마존은 1997년에 처음으로 A/B 테스팅 (두 개의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만족도를 측정하여 반영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2001년에는 배달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한, 아마존의 소비자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아마존을 통해 구매한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구매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이 바로 나다. 1년간 아마존에서 사는 제품이 100개가 넘는다.) 아마존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이 아래 세 장의 슬라이드에 소개되어 있다.

첫째 비결은 "반복 사용": A. 판매자는 왜 아마존을 이용하나? 1) 1억 3천 7백만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 2)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아마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B. 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용하나? 1)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2) 각 사람들의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저장되어 있다.

두 번째 비결은 "고른(seamless) 통합". A. 아마존이 어떻게 판매자들을 통합하는가? 1) 판매자 점수 모니터, 2) 저품질의 제품을 파는 판매자 차단. B. 어떻게 사용자 경험이 통합되어있는가? 1)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별 판매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무료 배송).

세 번째 비결은 "락인(lock-in)". A. 어떻게 판매자들이 락인되는가? 1) 판매자의 고객들은 사실은 아마존의 고객이다. 2) 판매자들은 소비자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3) 아마존과 거래를 오래 할수록, 그 수준의 서비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B. 어떻게 소비자들이 락인되는가? 1) 킨들 이북은 아마존 자체 포멧이라 일단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다른 기기로 볼 수 없다. 2) 아마존 프라임 멤버에 가입하면 (1년에 79불) 이틀 무료 배송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올해 47세의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2010년에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6분 25초 지점부터 그의 연설이 시작된다. 10살 때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해서 “It’s harder to be kind than clever (똑똑한 것보다 친절한 것이 더 여럽다)“는 원칙을 배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뉴욕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존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어떤 기분으로 어려운 선택을 내렸는지 등을 설명한다. 연설 중 마지막 대목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와이프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녀는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당시 내가 존경하던 상사에게 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팔고 싶다구요. 센트럴 파크를 한참 걸으면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던 그가 말했습니다. “That sounds like a really good idea, but would be even BETTER idea for someone who already didn’t have a good job. (그거 참 멋진 아이디어군, 근데 이미 좋은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일텐데..)” 그리고 48시간동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싫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열정을 따르기 위해 가장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지만, 저는 그 선택이 자랑스럽습니다. (중략) 시간이 지나 당신이 80세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용한 방에 혼자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혼자 이야기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간결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는, 결국 당신이 했던 선택들을 나열하는 것일겁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 그 자체입니다 (In the end, we are our choices).

자기 자신에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 (Build yourself a great story. Thank you, and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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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블록버스터(Blockbuster)넷플릭스(Netflix). 이 두 회사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화를 대여해서 돈을 버는 회사라는 것. 차이점은 뭘까? 하나는 전통적인 모델을 고수하다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다른 회사는 혁신을 일으키며 연일 주가를 상승시켜가고 있다는 것.

아래 주가 변동 그래프를 보자(주: Google Finance). 2005년 중반부터 넷플릭스 주가가 200%상승하는 동안 블록버스터 주가는 95%가 하락했다. 2010년 3월 19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주가는 70.7달러 (시가 총액: $3.8B. 그리고 2011년 7월 24일 현재 주가는 277달러이고, 시가 총액은 무려 $14.63B, 즉 약 15조원이다), 끝없이 주가가 추락해서 주가가 0.32달러 (시가 총액: $61.6M, 약 700억원)로 내려앉았다. 블록버스터는 2009년 4분기에만 무려 $435M의 손실을 내었고,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의 주가 비교 그래프 (2010년 3월 19일 기준)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회사 아이템? 본사 위치? CEO의 자질? 브랜드 로열티?

이런 케이스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Disruptive Innovation (파괴적 혁신).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 나오는 “Disruptive Innovation“라는 단어만큼 신생 회사의 눈분신 성장을 더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파괴적 혁신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는데, 저비용/저가격으로 눈에 안띄게 등장했지만 주류 기술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기존 기술을 이기고 결국 승자가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두 회사를 분석하기 전에 두 회사에 대해 조금만 소개를 해 보자. 먼저 블록버스터는 쉽게 생각하면 ‘비디오 대여점’이다. 1985년에 창업되었으며, 현재 25개의 나라에 9000개 (미국에 3750개)의 대여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디오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DVD, 게임 CD, 게임 DVD등을 대여해주며 돈을 받고 있는데, 대여기간에 따라 돈을 내고, 나중에 약속한 기한이 지나서 반납하면 꽤 큰 연체료를 물게 되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걸어가서, 혹은 시장 보고 돌아오다가 비디오를 빌려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전역 구석구석에 매장을 개설했다. 거의 맥도널드 보듯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매장도 깔끔하고 초대형인데다 말그대로 “블록버스터”급 비디오는 대량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영화가 DVD로 출시되면 블록버스터에서 거의 항상 대여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을 거의 독식하면서 정말 잘 나가던 회사였다. 1998년에 넷플릭스라는 작은 회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호주의 한 블록버스터 매장

보스턴 출신의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는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라는 회사를 세워 직원이 640명에 달하는 회사로 키웠으나 인수 합병과 관련한 골치 아픈 문제를 겪은 후, 여전히 인터넷 초창기 시절이던 1998년에 “온라인 비디오 대여”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지금 넷플릭스는 10만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4월 현재 2천 4백만명의 유료 회원을 가지고 있다(). 퓨어 소프트웨어를 매각한 후 비디오를 하나 빌려 봤는데, 하나를 연체하는 바람에 무려 40달러를 연체료로 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라리 한 달에 30~40달러를 내고 회원 가입하면 비디오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자” 했는데 그 아이디어를 좋아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창업자 자신도 이게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단다. 비디오는 빌리는 건당 돈을 내는 것이 너무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월정액을 내면서 비디오를 배송받는 생소한 개념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No Late Fee (연체료 없음)”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 초기의 강력한 성공을 불러 온 개념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연체료를 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특히 미국에서는 봐주는 게 없다. 연체 한 번으로 DVD를 하나 살 만큼의 돈을 낸 사람은 아마 평생 그 고통을 잊지 못하지 않을까? 그러나 블록버스터같은 대여점은 연체를 봐줄 수가 없다. 비디오 하나를 65 달러를 내고 사거나 스튜디오와 수익을 나누는데, 특히 블록버스터급 비디오가 빨리 돌지 않으면 큰 손실을 면할 수 없다. 지역별로 차이가 심해 한 도시에서는 비디오가 남아도는데 다른 도시에서는 없어서 대여를 못 해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는데다 월 사용료를 받으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오래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용자에게 공짜는 아니다. 비디오를 돌려주지 않으면 새로운 비디오를 빌릴 수가 없으므로 (한 번에 몇 개씩 빌릴 수 있는지는 월정액 액수에 따라 다르다) 여전히 넷플릭스에 돈은 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니까 수요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비디오 하나가 한 집에서 오랫동안 있더라도 블록버스터에 비해 덜 손해를 보게 된다.

사업이 성공하기 시작한 후 넷플릭스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첫째는 포장과 배송의 혁신이다. DVD의 장점은 부피가 작다는 것이다. 소포가 아니라 우체통 안에 쉽게 들어가는데다 무게도 가볍고 파손 위험도 적다. 넷플릭스에서 비디오를 빌리면 DVD가 든 작은 봉투가 하나 도착한다. 이게 동시에 DVD를 반납하는 봉투가 된다. 비디오를 다 본 후에는 여기다 넣어서 집 근처 우체통 아무 곳에나 넣으면 그만이다. 넷플릭스는 우체국과 딜을 해서 배송료를 혁신적으로 낮추어서 비용을 절감했고, 또한 배송 속도를 높여 사용자 만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우체통에 넣으면 그 날 또는 다음 날이면 비디오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이 날아오고, 하루가 더 지나면 내가 큐에 넣어 둔 새 DVD가 집에 도착한다. 겨우 이틀만 기다리면 다음 비디오가 오니까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차피 영화를 매일 볼 수도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앞서 설명했듯이 3개를 한꺼번에 빌리는 플랜으로 가입하면 된다. 그러면 항상 집에 3개의 DVD가 존재하게 된다.

넷플릭스 포장 봉투

둘째는 물류의 혁신. 지역마다 넷플릭스 물류 센터가 있다. 이 물류 센터의 주소는 봉투에 새겨져 있다. 우체국에서는 알아서 가장 가까운 시설로 배송한다. 이곳에서는 비디오가 도착하면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도착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회원에게 도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고, 즉시 다음 큐에 있는 비디오를 찾아서 배송한다. 보통 인기 있는 DVD는 미처 창고에 다시 돌아가기 전에 한 회원에서 즉시 다음 회원으로 옮겨지도록 되어 있다. 만약 해당 물류 센터에 해당 DVD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물류 센터에 연락이 되서 그 곳에서 발송이 된다.

로스 알토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셋째, 넷플릭스에는 ‘무제한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있다. 넷플릭스 회원이라면 만 개가 넘는(계속 늘어나고 있다)의 다소 오래된 타이틀은 언제든지 컴퓨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DVD 대여가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그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항상 넷플릭스를 그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옛날 영화이고 화질이나 음질이 다소 안좋아도 괜찮다면 스트리밍으로 보는 거고, 더 좋은 화질을 원한다면 DVD를 대여하면 되는 것이다. 두 가지 옵션이 다 존재하니 굳이 멤버십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추천 시스템”이다. 넷플릭스 회원에 가입하면 다음과 같은 메뉴를 볼 수 있다.

주로 유명한 영화들을 위주로 타이틀이 보이고, 내가 별점을 매긴다. 재미있었던 영화는 별 다섯 개. 영 꽝인 영화는 별 0개. 이런 식으로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 는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걸 토대로 내가 어떤 영화를 재미있어할 지 추천할 수 있다. 아래는 넷플릭스가 나를 위해 추천해준 영화 목록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좋아할 지 어떻게 알까?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고르는 걸까? 넷플릭스 의 추천 알고리즘은 그것보다는 복잡하다. 워낙 재미있는 개념이므로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잠시 설명을 해 보겠다. Brian 과 Chris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Brian은 A, B,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E, F 영화에는 별을 한 개 주었다.
Chris는 A,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F에 별을 두 개 주었다.

자, 이제 Chris를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추천해주면 좋을까? 일단 B가 유력하다. Brian이 비슷한 비디오를 보고 비숫하게 평점을 매긴 걸 봐서 Brian과 Chris는 영화에 대한 취향이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Chris에게 B를 추천해주면 Chris가 보고 좋아할까?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hris가 영화를 보고 B에 대해 평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또 배우게 된다. Chris가 B를 싫어했다면, 또 그런 패턴을 가진 사람을 새로 찾아내면 된다. 회원이 천만 명이니 비슷한 취향의 사람은 또 나오게 마련이다. 기발하지 않은가?

이것이 넷플릭스의 중요한 네 가지 성공 비결이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공을 이루는 동안 블록버스터는 뭘 했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넷플릭스가 자신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는 신작 DVD를 대량으로 보유하기 시작했고, 게임 대여 사업을 했다. 그러나 트렌드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고, 게임은 Xbox Live 등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버스터는 2004년에서야 ‘블록버스터 온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남의 것을 따라한다고 자기도 성공할 리가 없다. 넷플릭스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블록버스터는 $4.1M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넷플릭스보다 차별화를 하고 싶었던 블록버스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넣었다. 즉, 온라인으로 빌린 영화를 대여점에 갖다 주면 뭐든 원하는 영화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은 좋은데 실행력이 받쳐 주질 못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옛날 영화를 빌린 후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최신 영화로 바꿔오고… 이런 게 누적되면서 오프라인매장은 최신 영화를 끝없이 사야 했고… 넷플릭스만큼 훌륭한 물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를 따라해보려 하다가 결국 돈만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부터는 레드박스(Redbox)라는 회사가 등장했다. 편의점에에 자동 DVD 대여기를 설치해서 사업하는 회사인데 개념이 재미있어서 나도 몇 번 써봤다. 매장도 필요없고 사람도 필요없는 low cost 사업모델이므로 DVD 한 편 대여료는 고작 $1밖에 안된다. 참고로 블록버스터에서 대여하려면 약 $5가 든다. 블록버스터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익스프레스라는 비슷한 개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9년 12월에. 이미 편의점에는 레드박스의 기계가 다 깔려 있는데 블록버스터가 과연 얼마나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한편, 블록버스터 는 2005년에 “연체료 무료”라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은 무료가 아니었다. 비디오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보면 연체료가 쌓이고, 연체료가 DVD 구매가격보다 높아지면 DVD를 소유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 정책은 미국 전역에서 반대를 샀고, 무려 48개 주에서 소송을 당했다. 여기 저기서 깨지면서 결국 블록버스터는 변호사 비용으로 $9.25M (100억)을 지출했고, 연체료를 환급금으로 약 $100M (천억여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미국에 3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한때 랜드마크가 되었던 회사인데, 블록버스터는 지난 10년간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 이렇게 망하는 건 필연적이었을까? 물론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기회는 있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자꾸 내리면서 회사가 내리막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우수한 사람들이 많이 회사에서 빠져나갔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필연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바로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서 클레이튼(Clayton)이 주장하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기존 모델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로 돈을 버는 회사가 굳이 온라인 회사로 전향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게 되면 기존 고객에게 잘 서비스하지 못하게 되므로 블록버스터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 구글이 야후를 이기고,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이기고, 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강력한 맞수로 등장하고… 다윗처럼 작은 신생 회사가 골리앗같은 기존 거대 회사를 이기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그만큼 많은 배울 거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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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이 가진 파워

미국 와서 정말 생각이 바뀐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인도인들을 보는 시각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 개발자를 찾던 중 인도인 개발자를 고용해보면 어떨까 했던 적이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말이 안통하면 불편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아 채용 결정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인도인들은 상당한 대접을 받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인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또 숫자에 능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이 빠지면 모든 것이 정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대단한 제품을 만든다며 감탄하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도 결국 회사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제품을 개발하는 핵심 인재들은 인도인들인 경우가 많다.

인도인들의 단체 중 TiE라는 것이 있다.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지부를 둔 인도인 사업가/투자가들의 모임인데, 워낙 재정이 많고 파워가 세서, 심지어 워싱턴 DC에서 거액의 연봉을 주고 로비스트를 고용해서 H-1B Visa (한 해 발급 수가 50,000개로 제한된 취업 비자) 혜택이 특별히 인도인들에게 많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Wikipedia 에서 통계를 보면, 인도에서 전체 H-1B 쿼터의 25% 이상을 매년 가져간다.

그 뿐이 아니다. 아래 테이블을 보면 인도 회사들이 엄청난 숫자의 H-1B 비자 신청을 하고, 또 받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에 H-1B Visa를 받아 간 Top 10회사 중 무려 7개 회사가 인도에 본사를 둔 IT 회사들이다.

인도인들이 미국에서 파워 집단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보는 생각한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미국 문화에 친숙하다.

인도는 오랫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이다. 영국의 시스템이 그대로 심어져 있고, 많은 지도자들이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영국 문화의 잔재가 여전히 깊게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미국에 와서 느끼는 이질감이 적고, 한편으로 미국 사람들이 인도인에 대해서 느끼는 이질감도 크지 않은 것 같다.

2. 미국 내에 똑똑한 인도인들이 많고 대부분이 공학을 전공했다.

인도에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학교가 있다. MIT를 본따 만든 곳인데, 11.7억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 매년 단 8,000명만 입학할 수 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인도에서는 그렇게 희귀한 IIT 출신들을 여기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도 12명 중 두 명이 IIT 출신이다.). 인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IIT 졸업자들을 미국으로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 온 사람들은 명문대에서 석, 박사를 마치고 하이테크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Sun Microsystems를 창업한 Vinod Khosla이다. 그외에도 Novell의 CTO Kanwal Rekhi, Cirrus Logic을 창업한 Suhas S. Patil 등 수없이 많다. 인도에서 온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인도의 학생들은 공대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졸업 후 연봉도 높은데다 미국에서 취업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이 붐인 때엔 더더욱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3. 창업가 정신이 강하다.

어디서 나온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 사람들 만나면서 창업 정신이 넘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주변 분위기 때문일까? 창업하는 회사에서 인도 사람들을 데려가려고도 많이 하고, 스스로도 창업해서 뭔가 해보겠다며 눈빛이 반짝반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한 인도인 동료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두 가지 이유가 생각난다고 했다. 첫째는 인도에 산업이 없다는 것이다. 즉, 번듯하게 다닐만한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 상공업 (mom and pop shop)이 인기가 있다. 자기 아버지가 조그마한 샵을 경영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고, 성장하면서 회사 취직보다는 자기도 그런 걸 만들어서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논리이다. 두 번째는 유전자에 ‘창업 정신’이 박혀 있다고 한다. 내가 그런 게 어딨냐고 반박하니, 인도 출신중에 미국 동부,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국 등에 가서 사업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엄청 많다며 자기 생각엔 유전자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는 안하지만, 정말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만큼 인도 출신 사업가가 많은 건 사실이다. 앞서 얘기한 TiE의 존재도 인도의 창업 정신을 부추기는 큰 힘인 것은 분명하다.

4. 졸업 후 미국에 남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는 Wall Street Journal 기사에 나온 그래프이다.

2002년에 미국에서 과학, 공학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2007년에 여전히 미국에 남아 있는 숫자를 센 것이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41퍼센트가 5년 후까지 미국에 남아있는 것에 반해 인도는 615명 졸업생 중 무려 81퍼센트가 5년 후에도 미국에 남아 있다.

5. 영어를 잘한다.

영어가 공용어인 덕에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 한다. 억양 이상하고 발음 이상하지만 영어는 진짜 잘한다. 말하기 뿐 아니라 글쓰기도 잘한다. 인도에 수십가지 언어가 있기 때문에 인도사람들 끼리도 힌디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잘하니까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고, 남들을 관리하는 것도 잘 하고, 그래서 중국, 한국 엔지니어들과 똑같이 출발해도 더 빨리 윗자리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리더십의 근본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므로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서 태어난 후 미국에 건너 와서 성공한 인도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실리콘 밸리의 거물 세 사람만 여기에 소개한다.

Shantanu Narayen, CEO of Adobe(어도비)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 주요 행사 때 Adobe를 대표해서 발표하는 사람은 CTO인 Kevin Lynch이다. 그렇다면 Adobe의 CEO는 누굴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인도 사람이 CEO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기술 위주의 회사가 아니라 디자이너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인도 사람이 CEO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찾아봤다. 인도 한 가운데 위치한 Hyderabad에서 미국 문학을 가르치는 어머니와 플라스틱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도에 있는 오스마니아(Osmania)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오하이오에 있는 미국 보울링 그린 주립대학(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으로 유학왔다. 미국 내 순위 152의 학교이니 명문대라고 볼 수 없는 학교이다. 애플에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그 후 실리콘 그래픽스(Silicon Graphics)에서 일했다. 픽트라(Pictra)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1993년에 버클리에서 MBA를 마친 후에 1998년에 product research의 VP(부사장)로 Adobe에 입사했다. 그 후 승진을 통해, 2007년에 43세의 나이로 연매출 3.8조에 직원 8000여명을 고용한 회사, Adobe의 CEO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현재 그의 연봉은 $875,000, 즉 9억원 정도이다.

Sanjay Jha, CEO of Motorola(모토롤라)
인도 동쪽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영국 리버풀(Liverpool)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코틀랜드의 University of Strathclyd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과 샌디에고(San Diego)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94년에 퀄컴(Qualcomm)에 조인했고, 들어간 지 4년만에 SVP(senior vice president of engineering)로 승진했고, 2006년에는 COO가 되었다. 들은 얘기로는 퀄컴 내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일으키는, 파워가 아주 강한 임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꺼져가는 모토롤라의 등불을 살리기 위해 모토롤라에서 그를 CEO로 영입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따르면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여원)이며, 주식 등을 포함해서 모토롤라에서 총 $100 million (1100억원) 정도를 보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모토롤라의 드로이드(Droid) 폰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감이 넘쳤고, 모토롤라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Thomas Kurian, EVP of Oracle(오라클)
썬 마이크로시스템이 오라클에 합병되면서 우리 팀이 이 사람이 담당하는 그룹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러니까, 오라클에서 무려 직원 2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나이는 42세인데, 매출 25조원 회사의 EVP라니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CNET에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 태어나 쌍둥이 남동생 둘과 함께 단돈 400불을 가지고 미국에 건너왔다. 공부하며 일하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미국 최고 명문대학인 프린스턴(Princeton) 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 학비를 조달하면서도 수업은 최대한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스탠포드에서 MBA를 마쳤다. 맥킨지에 입사해서 런던, 브뤼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한 후 오라클에 입사했고, 지금은 오라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 정확한 연봉은 모르겠지만, CEO인 Larry Ellison의 연봉이 $63 million (700억원)임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인도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고,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인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가진 재산과 영향력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학군이 좋다는 도시(Sunnyvale, Fremont, Cupertino)에 가보면 인도 사람들이 정말로 많이 살고 있다. 미국에서 인도인의 역할이 그 어느 곳보다도 중요한 곳, 이곳은 실리콘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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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민트(Mint)

2009년 11월 2일. 25세의 한 청년이 3년여에 걸쳐 만든 소프트웨어가 Intuit(NASDAQ: INTU, 시가총액 약 15조원의 금융/회계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이라는 회사에 $170 million (약 1900억 원)에 매각되었다[]. 6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랐고,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청년은, 처음엔 웹 소프트웨어를 만들 줄 몰랐다. 하지만 순수히 필요에 의해 웹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50만명에 이를 때까지도 사무실 비용, 광고비, 또는 변호사에게 줄 돈도 마땅히 없었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실리콘 밸리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그의 이름은 애런 팻저(Aaron Patzer)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Mint는 미국에 금융 계좌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이므로 한국에서는 이용할 일이 없다. 사실 미국에서조차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은행 계좌 정보, 증권 계좌 정보, 대출 계좌 정보, 기타 자산 정보 등을 입력하면 그 모든 걸 통합해서 아주 깔끔하게 보여준다. 어떤 항목에 얼마 썼고, 지난달에 비해 이번달엔 얼마 썼고, 지난달보다 올해 자산이 얼마나 증가/감소했고, 등등등.. 굳이 일일이 가계부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Mint.com 초기화면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전에 썼던 방법은 은행에서 계좌 정보와 신용 카드 사용 정보를 엑셀로 다운로드하고, 또 다른 계좌에서도 엑셀로 받은 후 이를 통합하고, 분류하고, 그래프로 표시하고… 하는 것이었다. 한 번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해서 모델을 만들어놨다 해도 매번 여기 저기 접속해서 엑셀 데이터를 받아와서 입력하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결국 한 두번 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Bank of America 에서 매달 명세서를 보내기는 하지만, 모두 숫자 위주의 데이터여서 가만히 쳐다봐도 내가 그래서 결국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고 수익이 어디서 얼마만큼 들어오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 어려운 것은 거래 내역에 문제가 없는지 이따금씩 확인해 보는 일이다. 처음 미국에 왔는데 한 미국 친구가 신용 카드 명세서가 올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나서야 입금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이런 걸 모두 자동 이체로 처리하고 마는데, 매번 명세서 확인하고 입금하려면 귀찮겠다”했더니, 정색을 하며 신용카드를 갚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가끔씩 자기가 레스트랑에서 낸 팁 이상으로 청구되기도 하고 때론 중복으로 청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종종 자동 이체를 쓰지 않고 매번 명세서를 확인한 후 입금하곤 했는데, 신용카드가 여러 개 생기고 나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져서, 이를 모두 모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오버뷰(Overview) 페이지: 이번 달엔 차 수리, 학교에 기부, 가족 선물 구입 등으로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말았다... :(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민트(Mint)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가끔씩 민트에 들어가서 거래 내역을 쭉 보고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내가 예산 잡은 것보다 많이 지출된 항목이 뭔지 확인하고, 대출 계좌를 통한 각 계좌 지불이 잘 되고 있는지 보고, 증권 계좌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통합했을 때 내 현재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한 번씩 보면 끝이다. 전에는 몇 시간 걸렸을 일이 이제 겨우 몇 분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래에 상세 정보 페이지를 몇 개 더 캡쳐해 봤다.

거래 내역 정보 페이지. 어떤 은행, 어떤 신용카드의 정보인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한 페이지에 통합되어 있다. 카테고리는 내가 직접 입력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레스토랑, 쇼핑몰, 바 등의 이름을 정확히 인식해서 알아서 분류한다.

이렇게 각 분야별로 얼마가 지출되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

이렇게 월별 추이도 깔끔하게 볼 수 있다. 8월에는 이사하느라 돈이 많이 깨졌고, 10월 11월엔 쇼핑하느라.. 음.. -_-

증권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내 포트폴리오가 S&P 500에 비해서 얼마만큼 잘 하고 있는지 이렇게 보여준다. 구글과 애플 주식 덕분에 보기 좋게 나가고 있다. :)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 과연 민트의 수익 모델은 뭘까? 아래에 그 비밀이 있다.

즉, 내가 현재 쓰는 신용 카드 및 증권 계좌 대신 다른 것을 쓰면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만족시키니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에 따르면, 애런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집 주소를 입력하면 집의 현재 가치가 자동으로 반영되어 입력된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내가 가진 자산 중 값어치가 있는 것 (차, 그림, 골동품 등등)도 모두 입력해서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집 주소를 입력하면 Cyberhomes로부터 현재 시세 정보를 가져와서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민트의 창업자, 애런 팻저(Aaron Patzer)

제품 자체도 우수하지만, 이 회사를 창업해서 Intuit에 매각한 뒷 이야기가 사실은 더 재미있다.  28세에 포춘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업가 40인(Top 40 business person) 중 한 명으로 등극한 [] 애런 팻저(Aaron Patzer)는 듀크(Duke)와 프린스턴(Princeton)에서 컴퓨터 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크(Geek)인데, IBM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민트 아이디어를 갖게 되어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간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서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전에 웹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배우면서 부딪치면서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

당시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민트의 성공을 유투브의 성공과 비교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원래 매각 제시 가격은 $130 million (약 1500억)이었다고 한다. 창업자 Aaron은 이것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고, 몇 달 후 가격은 $170 million (약 1900억)으로 올라갔다. 겨우 몇 달 사이에 $40 million, 즉 45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번 셈이다. 더 재미있는 건, 혼자 기술 개발을 다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인,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거래내역  Yodlee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이 회사에는 연간 기술사용료로 평균 $2 million정도만을 지불했다. 그러나 Mint.com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Hite Capital과는 지분 계약을 했고 (즉, 돈 대신 Mint의 주식을 주었고), 그 결과 Hite Capital은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를 벌었다. 아마도 도메인으로부터 번 수입으로는 거의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한편 Yodlee는 기술 다 만들어놓고 남 좋은 일 시킨 셈이다. 계약 내용의 차이가 나중에 얼마나 큰 수익의 차이를 가져오는 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또 한가지 이 사례에서 배울 점. 근본적인 기술을 만들어야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이미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좋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애런이 민트를 매각한 후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글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인용한다.

So that’s the Mint story. $0 to $170m in three years flat. While everyone else was doing social media, music, video or the startup de jour, we tried to ground ourselves in what any business should be doing: solve a real problem for people. Make something that is faster, more efficient, cheaper (in this case free), and innovate on technology or business model to make a healthy revenue stream doing it. (이것이 바로 민트 이야기입니다. 3년만에 0원에서 1900억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음악, 비디오 스타트업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근본에 집중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자.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싸게 (이 경우에는 공짜로) 만들고, 기술과 사업 모델을 혁신해서 건강한 매출이 들어오게 하자는 것입니다.)

참 와닿는 이야기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아끼면 그 대가를 보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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