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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 (2)

이전 글에 이어, 이번에는 페이팔 마피아의 주요 멤버들과 그들이 한 일을 소개한다.

1. 피터 씨엘(Peter Thiel)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씨엘(Peter Thiel)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그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다. 페이팔이 이베이에 매각되던 시점에 $68 million (약 800억원) 정도를 벌었다(이 자체는 아주 큰 액수는 아니다). 그가 한 중요한 역할 덕분에 그는 마피아의 ‘대부’라 불리기도 한다.

2004년 8월, 마크 저커버그가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 50만 달러를 투자해서 당시 10%의 지분을 확보했고(이 장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도 등장한다: 유투브 비디오), 그 주식은 현재 시가로 2조원어치가 넘는다[]. 또한 파운더 펀드 The Founders Fund 라는 스타트업 투자 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를 통해 Quantcast, Yelp, Slide, LinkedIn, Palantir 등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성공적인 회사에 투자했다. 지금은 또한 자산 규모가 2.2조원에 달하는 헷지 펀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20 under 20″라는 씨엘 펠로우십 Thiel Fellowship 프로젝트이다[참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대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무려 10만 달러(1억원)를 투자받는다. 2011년에 1기, 2012년에 2기 24명이 선정되었는데, 엊그제는 1기 중 한 명이 만든 회사가 성공적으로 엑싯(exit)했다는 기사가 테크크런치에 실렸다.

씨엘 펠로우십 2012년 최종 선정자들. 이들은 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각자 10만 달러를 받게 된다.

2. 맥스 레브친(Max Levchin)

맥스 레브친

페이팔의 핵심 기술을 만든 천재 엔지니어이다. 일리노이 공대 출신의, 현재 36살의 그는, 페이팔 매각 후 회사를 나와 Slide.com을 만들었고, 이를 구글에 $182 million (약 20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구글의 실패한 인수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옐프(Yelp)에 무려 $1 million (약 11억원)을 투자했는데, 훗날 옐프가 상장하면서 큰 이익을 거두었다. 그 외에도 핀터레스트(Pinterest), 유누들(YouNoodle), 위페이(WePay) 등 1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했다. 현재는 Kaggle이라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 회사의 Chairman이다[].

3. 엘론 머스크(Elon Musk)

엘론 머스크(Elon Musk)

엘론 머스크만큼 자신의 꿈에 ‘무식할 만큼’ 매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실 그는 페이팔에서 밀려났던 사람이다. 자신이 세웠던 인터넷 은행 X.com과 피터 씨엘과 맥스 레브친이 세운 회사 컨피니티 Confinity 가 합쳐져 새로 만들어진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된 이후, 페이팔이 윈도우즈 시스템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맥스와 큰 충돌을 일으켰다. 결국 맥스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이후 페이팔을 떠났다. 맥스 또한 그 갈등 때문에 회사를 떠날 생각까지 했었다고 회상한다(주: Founders at Work).

페이팔을 떠난 후 그가 세운 회사는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이다. 디자인이 너무나 멋진 10만 달러짜리 전기 자동차 테슬라. 누구나 그 차를 보면 군침을 흘리지만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 가격도 차 가격이지만, 전기 충전소가 많지 않아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는 보다 저렴한 (6만 달러) 모델인 Model X를 내놓았고, 지금은 전기 충전 스테이션을 여기 저기서 흔히 찾을 수 있으며(샌프란시스코 시내 전역과 주차장에서 무료 충전 스테이션을 찾을 수 있다), 닛산에서 만든 전기 자동차, LEAF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 자동차, Model X

경기 하강과 함께 엄청난 적자가 나는 것을 보고, 저러다 회사 망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실제로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다임러 Daimler 의 투자, 주식 상장과 미국 정부의 대출 덕분에 살아났다고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금 전기자동차의 대명사가 되었고,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전시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된 것은 SpaceX라는 거대한 민간 우주선 프로젝트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후, 그의 프로젝트는 멋지게 성공했고, 미국 우주선 개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한때 전 인류에게 꿈을 안겨 주었던 NASA는 이제 한 물 갔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트위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마치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라고 의미하는 듯하다.

엘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elonmusk).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놓았다.

4. 스티브 챈(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두 사람이다. 페이팔의 엔지니어였던 그들은 회사를 나가 유투브를 만들었으며, 이를 구글에 $1.6 billion에 매각했다. 페이스북 초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페이스북 이펙트”에 따르면, 스티브 챈은 유투브를 창업하기 직전 페이스북의 엔지니어로 일했었다. 요즘은 무얼 하는지 조용한데,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나온 뉴스를 보니 딜리셔스 회생시키려 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직후 스스로 찍었던 짧은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가 있다. 행복함을 애써 감추려는 듯한 표정이다.

5. 리드 호프만 (Reid Hoffman)

리드 호프만 (Reid Hoffman)

이 사람을 빼놓고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종종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넓고 깊은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으로 인용되는데, 링크트인 창업자이기 이전에 페이팔의 고위 임원(EVP)이었고 투자가였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50개 이상의 회사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참고: CrunchBase 프로필). 피터 씨엘과 함께 매우 초기에 페이스북에 투자하면서 페이스북 성공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다.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성공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존경을 받는 것 같다. 최근 그가 쓴 책, ‘The Startup of You(당신이라는 스타트업)‘을 읽었는데, 거기서 자신의 네트워킹 스토리와 함께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2004년 당시 마크 핑커스(Mark Pincus)와 친하게 지냈었는데, 페이스북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자 (아마 페이스북에 이미 투자했던 피터로부터 소개받았던 듯하다) 자신에게 할당된 지분의 절반을 마크에게 떼어주었다. 그래서 그와 마크가 각각 5만 달러를 투자했고, 그 가치는 현재 수천억원에 이른다(주: Who Owns Facebook). 2007년, 마크 핑커스가 징가(Zynga)를 설립하자 즉시 그 회사에 투자했고, 나중에 Zynga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또 큰 돈을 번다.

6. 제레미 스토플만(Jeremy Stoppleman)

그는 페이팔의 엔지니어였는데, 페이팔을 나와 옐프(Yelp)를 창업했고, 앞서 블로그에서 소개했듯(주), 옐프는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옐프와 제레미 스토플만에 대해서는 밸리인사이드의 이전 글, “옐프, 미국 최대의 지역 리뷰 사이트“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다.

7.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

페이팔의 마케팅 디렉터였던 그는, 현재 500 Startup이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CEO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님의 글 “500 스타트업 이야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의 사례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로 불릴 만한 사례는 테터앤컴퍼니이다. 노정석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2008년에 구글에 인수된 이후 김보경, 한영, 차경묵, 정윤호 대표 등 5명의 창업자를 배출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김창원 대표가 구글에서 나와 타파스미디어를 설립했다.

내가 있었던 게임빌에서도 창업자들이 많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이 페이팔 초기와 비슷했다. 페이팔은 1999년 1월 1일에 만들어졌고, 게임빌은 2000년 1월 11일에 만들어졌다. 게임빌이 2000년 4월 첫 게임을 출시한 후, ‘서울대 벤처 동아리’출신 송병준 대표가 만든 회사라는 소식이 수많은 신문에 인용되었고, 서울 공대 및 경영대에 포스터를 붙인 후에 서울대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게임빌 문을 두드렸었다. 그렇게 해서 게임빌에 합류한 사람 중 몇몇은 게임빌에 남아 회사를 성장시켰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게임빌을 거쳐 다른 회사에 가거나 창업을 했다.

1) 정성은, 최영수

게임빌에서 오랜 시간 일했던 이 둘은 2009년에 위버스마인드라는 영어 교육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의 첫 작품은 워드스케치(Word Sketch)인데 그림을 이용해서 단어를 외우면 더 쉽게, 더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단어 하나 하나마다 그림을 그려 단어 암기용 단말기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뇌새김 토크를 출시했다.

2) 문성훈

게임빌에서 초기에 모바일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는 모바일 게임 회사 엔소니를 창업한 후, 이를 보라넷에 매각했다. 엔소니는 모바일 RPG 게임 장르에서 확고한 인지도를 구축했고, 최근 스카이레이크에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3) 박정우, 송일규

이 둘 역시 게임빌에서 기획자, 개발자로 일하다가 에버플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최근 게임빌을 통해 퍼블리싱한 데스티니아는 출시 첫 날 앱스토어 RPG 장르 1위를 차지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게임빌의 개발자였던 정주영씨는 훗날 로티플의 창업 멤버가 되었고, 이 회사는 2011년 말에 카카오톡에 인수되었다.

제 2, 제 3의 페이팔 마피아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비젼이 있는 사람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들이 모여 역사에 남을 회사를 만든 후, 나가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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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 (1)

2012년 5월 22일.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또 한 번 미국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남겼다. 최근 보급형 모델인 Model X를 출시한, 혁신적인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돈을 무려 $100M(약 1,100억원) 투자해서 SpaceX라는 민간 우주선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회사에서 만든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우주 기지에 도착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많은 미국인들의 트위터와 방송을 통해, 그의 꿈이 실현되는 장면을 감격스럽게 지켜보았다. 그는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이었다.

SpaceX의 Falcon 9/Dragon 발사 장면. SpaceX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선 회사이다 (출처: Flickr)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이미 언론과 책에서 여러 번 다루어졌고, 너무나 유명해진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내가 모은 정보를 직접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그 속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고,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용어와 그들의 스토리는 2007년에 포춘지에서 페이팔 출신 투자자, 창업가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성공을 다루는 기사를 실으면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포춘지에 처음 실렸던 ‘페이팔 마피아’들. 샌프란시스코 토스카 카페에서. 갱단 복장을 하고 있다. 맨 앞의 두 사람이 피터 씨엘과 맥스 래브친이다.

페이팔 마피아가 탄생한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처음 그들이 만나게 된 과정이다. 그 이야기는 페이팔 창업자인 맥스 래브친(Max Levchin)이 일리노이 공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이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Founders at Work“이라는 책에 실린 그와의 인터뷰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안(security)’ 기술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교에 있을 때 이미 세 번 창업을 했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그는 또 다른 창업을 위해 스탠포드 옆 팔로 알토(Palo Alto)의 친구 집으로 이사한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며, 그리고 그의 창업에 도움을 줄 사람이 누구일까 찾기 위한 기대감에 차 있었을 것이다. 스탠포드대에서 이런 저런 강의를 들어보던 중 그는 피터 씨엘(Peter Thiel)을 만난다. 당시 헷지펀드 매니저였던 피터는 스탠포드에서 여름 학기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수업은 별로 인기가 없어서 수강생이 겨우 6명 뿐이었다. 이 수업이 훗날 페이팔을 만든 두 공동창업자가 만나게 된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내가 즐겨 듣는 스탠포드의 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강연에서 피터와 맥스가 함께 나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비디오]. 이에 따르면, 당시 피터는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하고 있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고, 그 물결 속에 자신을 위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시카고에서 교육받은 똑똑하고 예리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이사 온 맥스 레브친이 그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맥스는 피터와 몇 번 따로 만나 자신이 가진 두 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오늘날 페이팔의 성공을 만든, 이메일을 이용해서 돈을 보내는 아이디어와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기업용 보안 기술에 관한 두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피터에게 이야기하자 피터는 그 중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헷지 펀드를 통해 맥스의 회사에 몇 십만 달러 정도를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맥스는 용기를 얻어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CEO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피터에게 돌아가서 이야기했다.

“This investment is a great thing, but I have no one to run the company. I’m just going to write the code and recruit the coders.” And he said, “Maybe I could be your CEO.” Jessica Livingston. Founders at Work: Stories of Startups’ Early Days (Kindle Locations 121-122). Kindle Edition.

“당신이 투자해 준다니 고마운데, 이 회사를 운영할 사람이 없어요. 저는 코드를 만들고 코딩할 사람을 찾는 일만 하고 싶거든요.” 그러자 피터가 이야기했다. “내가 당신 회사의 CEO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출처: Founders at Work, Kindle Edition)

그렇게 해서 피터는, 훗날 이베이(eBay)에 무려 $1.5 billion (약 1.8조원)에 매각된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되었다. (설립 당시 그들의 회사 이름은 컨피니티 Confinity 였다. 훗날 엘론 머스크가 만든 인터넷 은행 X.com과 합병하면서 이름이 페이팔로 바뀌었다.)

여기서, 피터 씨엘의 백그라운드를 보면 재미있다. 소위 ‘실리콘 밸리스러운 이력’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에서 트레이더로 일했고, 스탠포드 법대를 졸업한 후에는 변호사로 일했으며, 전 교육부 장관 윌리엄 버넷의 강연 라이터(Speech Writer)로 일하기도 했다. 아마존에서 1996년에 그가 공동 저작한 책을 발견했는데, 제목이 “The Diversity Myth: Multiculturalism and the Politics of Intolerance at Stanford(다양성의 미신: 스탠포드의 다문화주의와 무관용의 정치학)”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추구했던 ‘다문화주의’가 가져 온 문제점들을 비판한 내용이었는데, 1쇄만 출판되고 만 데다 독자 리뷰가 전혀 없는 것을 봐서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었던 책인 것 같다. 그가 맥스 래브친을 만난 때는 이 책을 출판하고 2년이 지난 후였다. 똑똑하고 야심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맥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훌륭한 창업가를 만나서 기회를 얻었을 테지만, 그 순간에 맥스를 만난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둘이 공동 창업한 회사의 첫 제품은 16Mhz밖에 안되는 프로세서를 가진 팜 파일럿(Palm Pilot)에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였다. 그들은 팜 파일럿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곧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의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데 쓰이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들이 모바일 기기 도입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바꾸고, 또 바꾸었다. 기업 대신 소비자들이 암호나 신용 카드 번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팜 파일럿에 저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그러자 ‘돈’을 저장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에 다다랐다. “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전송하기”. 그들의 미래를 바꾼 중대한 전환(Pivot)이었다.

그 뒤는 역사이다. 그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 설명했고, 팜 파일럿을 이용해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은 실제로 그들의 팜 파일럿에서 맥스와 피터의 팜 파일럿으로 $4.5 million (약 50억원)을 보냈다. 흥미롭게도, 아이폰과 페이팔 앱을 이용해서 쉽게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지금에도, 이렇게 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어쨌든, 당시 그들은 이 돈을 이용해서 자신의 인맥 가운데 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훗날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될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은 이렇게 해서 모였다. 특정 회사 출신들이 나와서 창업하고, 투자하고, 성공하는 케이스들은 참 많지만(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야후 출신들도 많이 나와 창업했다), 페이팔 출신 중에 유난히 눈에 띄게 성공한 사람이 많은데다, 그 성공 뒤에 페이팔 출신들끼리의 밀접한 관계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들의 스토리가 더 유명해졌다.

다음 글에서는 페이팔 마피아의 주요 멤버들에 대해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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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프(Yelp), 미국 최대의 지역 리뷰 사이트

2012년 5월 18일, 이번해 실리콘밸리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가 드디어 이뤄졌다. 2011년부터 시작된 IPO 랠리에는 LinkedIn (5월), Pandora (6월), Groupon (11월), Zynga (12월) 등이 포함 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2012년 초에 상장한 옐프(Yelp)도 있다. 지역 리뷰 사이트 옐프는 2012년 3월2일 금요일에 나스닥에 등록되며 $1.47 billion (1.68조원)의 시장가치를 기록하였다. 이는 불과 6개월 전 구글로부터의 $500 million (5,700억원) 인수제의를 뿌리치고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놀랍다.

지역 리뷰 사이트 옐프(Yelp) 로고

필자(권혁태)가 지난 4월에 2주간 실리콘밸리 탐방을 하며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등의 새로운 도시들에서 레스토랑, 호텔등을 예약할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서비스인 옐프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는 캐나다에서 학부를 마치고 지난 2년간 도쿄와 싱가폴에서 생활했기에 미국에 가기 전까지는 옐프에 대해 알 길이 없었지만, 이번 일정 중 옐프 본사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과 미팅이 잡혔기에 옐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평범하게 보이는 사무실의 내부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옐프는 흔히 맛집 정보 웹사이트로 인식되고 있는데, 음식점 뿐 아니라 미용실, 세탁소, 병원등 미국 각 지역의 상점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서비스로, 2004년에 시작되었다. 지난 7년간 빠른 성장에 힘 입어, 현재까지 옐프 이용자가 남긴 후기는 무려 2천5백만 건이나 된다.

쇼핑과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출처: http://blogs.wsj.com/venturecapital/2011/11/17/yelps-ipo-by-the-numbers/)

2011년에는 월 방문자가 6천6백만(66 million)명을 기록하였고 그중 모바일 방문자는 570만명(5.7 million)이었다. 2010년의 월방문자가 4천만 (39.3 million) 이었고 이용자의 후기는 1,500만 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옐프의 창업자 제레미(Jeremy Stoppelman)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PayPal) 창업팀의 영향력은 대단하여 페이팔 마피아라 지칭 될 정도로 멤버들끼리 창업 당시 엄청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레미는 페이팔에서 엔지니어링 팀을 이끌었고, 2003년 여름에 페이팔이 이베이에 인수된 후 하버드대학 MBA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1학년만 마치고, 2004년 여름  페이팔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러셀 (Russel Simmons)과 함께 옐프를 만들었다. 옐프의 초기 투자는 페이팔 공동창업자 맥스 레브친(Max Levchin)이 운영하는 인큐베이터에 의해 이루어졌다.

옐프의 CEO 제레미 스토플만 (Jeremy Stoppelman, chief executive officer of Yelp Inc., speaks during an interview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on March 2, 2012 – Bloomberg)

<뉴스위크에 소개되었던 이야기가 옐프의 시발점이 되었다>

회사 설립전 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후 제레미는 감기에 걸려 의사를 찾는데, 이 경험으로부터 옐프가 시작된다.

의사를 찾으려는데 당시 인터넷으로는 의사들의 이름, 출신학교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있어 제가 원하는 의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와 이용자 후기를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좋은 의사를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친구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초기 버젼 – 친구들을 짜증나게 하는 실패작>

그래서 시작한 초기 버젼은 2004년 10월에 나왔는데요. 이용자들이 친구들에게 지역상점 추천을 부탁하는 것에 사이트의 초점을 두었습니다. 입소문으로 지역상점을 찾는다는 점은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제로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제 시간에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이용해보지 않은 지역상점들에 관해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대답해 줄 수 없었기에 사이트가 싫증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번째 버젼 – 이용자들이 잘 아는것에 관해 쓰게 해라>

사이트 아래 찾기 힘들만큼 조그마한 글자로 ‘후기를 남겨주세요’ 라는 버튼을 넣어 두었었는데, 초기 이용자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웹사이트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잘 아는 상점에 대한 후기를 쓰기 원한다는 것을 뚜렷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옐프는 웹사이트의 주요 초점을 바꾼다>

사람들이 자신의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사이트를 대폭 수정하였고 2005년 2월에 다시 사이트를 런칭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옐프를 찾아왔고,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중독될 정도로 많이 사용하게 되었죠. 그해가 옐프의 역사적인 해였다고 생각해요. 초기 투자금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 million (11억원) 정도 초기투자 자금으로 처음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만 집중적으로 마케팅하고 이용자 수집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후에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갔구요.

2008년 맨하탄에 두번째 사무실을 열어 동부로 확장하였고, 캐나다 지사를 연 후, 현재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등 유럽까지 진출했다.

옐프 웹사이트

옐프 이전에도 지역 상점 리뷰 사이트는 수없이 많았다. 그 중 옐프가 미국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었이었을까?

1. 심플한 유저 인터페이스와 방대한 양의 후기

나는 새로운 지역에서 레스토랑을 찾을 경우 보통 간단한 네가지 정도를 고려한다: 위치, 음식장르, 가격대, 후기평점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주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팔로 알토 지역으로 이동을 한 후,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미국인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옐프 모바일 페이지를 열어 주변 레스토랑을 검색해 보았다. 음식 장르, 가격대를 결정하고 후기등을 잠시 훑어본 후 어렵지 않게 원하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그리 비싸지 않은 지중해 음식을 먹고자 했고 마침 가까운 곳에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이 있어 리스트 중 5번째 레스토랑인 Sultana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하였다.

옐프 아이폰 앱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메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들이 남긴 후기를 보고 그 중에서 골랐다. 물론 종업원에게 추천 메뉴를 물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음식을 먹어본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음식을 고르니 더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멘로파크 칼 트레인(Caltrain) 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깨끗한 지중해 식당, Sultana

 

리뷰에 있는 그대로의 분위기와 예상했던 음식 맛 덕분에, 새로운 곳에서 색다른 음식을 고르는 부담을 덜어주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 더 느끼하긴 했지만 그건 한국음식을 못 먹고 2주간 돌아다녔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2. 리뷰 필터링 시스템

물론 이용자가 직접 리뷰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 것 은 아니다. 경쟁 상점에 대한 부정적 리뷰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고. 한 서점 주인이 부정적인 리뷰를 작성한 이용자에게 위협적인 이메일을 수차례 보내어 경찰이 동원된 사례도 있었다.

많은 리뷰들이 옐프의 필터링 시스템에 걸려 보이지 않는 경우에 대한 불만도 꽤 있었다. 어떤 웹사이트들과 비교해서도 월등한 옐프의 필터링 시스템은 이용자들 뿐만 아니라 상점 주인들에게도 긍적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2010년에 옐프가 지역 상점들의 단체소송에 휘말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몇몇 상점주들이 옐프가 리뷰 필터링 시스템과 상점 페이지 광고를 이용해 상점주들을 갈취한다며 옐프를 고소한 것이다. 오랜 공방 끝에 2011년 10월,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옐프가 상점후기의 내용을 지시하거나 조작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옐프는 소송에서 승리했다.

다음은 옐프가 고소를 당한 직후에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제레미와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Q. 옐프가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옐프는 지역상점 주인들을 갈취하나요?

A.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옐프의 필터링 방식의 반 직관적인 면이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에 저희는 리뷰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 알고리즘을 통해 정보가 불충분하게 보이는 특정 리뷰 등을 걸러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유저들은 자신들이 보는 내용이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지요.

Q. 신뢰할 수 있는 리뷰인지 어떻게 판단하지요?

 A. 몇가지 요인들을 보고 있는데요, 특히 리뷰를 쓰는 유저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제가 더 이상 자세하게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필터링 알고리즘이 알려지면 그 점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알고리즘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Q. 상점에 대한 리뷰가 어느 날 보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는데, 왜 그렇죠?

A. 자주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상점주인들이 좋은 리뷰를 얻기 위해 남용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친구들에게 리뷰를 작성해 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런 행위는 옐프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상점들에게 공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고객들이 그 상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경쟁사의 악의적인 리뷰로부터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는 더 중요한 이슈입니다. 예를 들어 바로 맞은편 카페에서 당신의 카페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를 적어 평점 순위를 인위적으로 내리려 한다고 해보세요. 옐프의 필터링 시스템은 그런 행동을 자동으로 잡아내고 없애고 있습니다.

Q. 그런 노력들이 잘 되어가고 있나요?

A.아주 성공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많은 옐프 이용자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있고 계속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리뷰 필터링 시스템이 없었다면  옐프는 지난 5년간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옐프의 필터링시스템이 정확이 어떤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더 이상 알려진 바가 없다. 옐프 사무실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밤낮으로 알고리즘을 더 좋게 수정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정보를 다른 어떤 웹사이트보다 우월할 수준의 내용과 심플한 인터페이스로 웹과 모바일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계속 제공해 나간다면 옐프가 앞으로도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현재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와 미래의 옐프 성장 동력>

옐프가 상장한 지 3개월이 넘어간 지금, 주가는 18달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상장 초반 24달러, 최고가 28달러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가격이다. 더 이상 지역 확장에만 의존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제레미가 이 두 가지 방안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담긴 비디오를 아래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체크인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는 그루폰과 비슷한 모델인 옐프 딜이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가 얼마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미국 생활에서 너무나 유용하게 사용했던 옐프, “사람들과 좋은 지역 상점들을 연결해준다”는 기업 미션을 통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해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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