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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 성공의 비결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애플 스토어에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글들을 애플 스토어 유리에 붙이고, 그 앞에 꽃과 촛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에 가득 붙은,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메시지들 (출처: @garywhitta)

사람들은 애플 스토어를 보며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마치 그것이 잡스의 초상화라도 되는 것처럼. 애플 스토어에 어떤 의미가 있길래 그럴까?

얼마전, 중국에서 가짜 애플 스토어가 들어서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BirdAbroad라는 필명을 가진 중국에 사는 한 미국인이 “스티브 잡스, 듣고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트위터, 페이스북 통을 통해 퍼지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급기야 얼마 후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신문의 첫 면에 “Made in China: Fake Stores” 라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 곤명(Kunming)의 가짜 애플 스토어. 로고, 상점 디자인 뿐 아니라 티셔츠까지도 똑같이 베꼈다.

2010년 7월에는 상해에 거대한 애플 스토어가 생겨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상해 애플 스토어 오픈 첫날,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출처: http://www.renzwertig.com/)

이어서, 홍콩에는 지난 달인 2011년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가 생겼다. 압도적인 규모이고, 오픈 첫 날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M.I.C에서 올린 사진과 비디오를 보면 실감이 난다. 특히 잘 편집된 비디오가 볼만하다.

홍콩에 새로 오픈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 (출처: http://micgadget.com)

한 때 미국을 호령했던 거대한 서점 체인인 Borders가 망하고, 미국 최대 오프라인 DVD 대여점이었던 Blockbuster도 망해가는 마당에, 애플 스토어는 오히려 갯수를 늘리고, 규모를 확장하고, 더 큰 스토어를 짓고, 그럴 때마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왜일까? 사람들이 그 안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길가다 보면 여기 저기 보이는 애플 스토어. 애플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더 자주 찾게 되었다. 나는 편리함때문에 아마존 또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래도 난 애플 스토어에 간다. 팔로 알토의 매력적인 애플 스토어를 지나갈 때마다 충동을 느끼고,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스토어에 항상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고, 뉴욕 5번가를 걷다가도 애플 스토어가 보이면 꼭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아무 것도 사지 않아도 말이다.

뉴욕 맨하탄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출처: http://news.worldofapple.com/)

무엇이 애플 스토어를 오늘날의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어떤 비밀 레시피(recipe)가 애플 스토어를 이러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다섯 가지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매장에 직원들이 가득 있다. 보통 다른 전자 제품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들어가면 즉시 누군가 와서 인사하고 맞아준다. 애플 스토어를 둘러보면 고객이 혼자 두리번 두리번 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래는, 집 근처 산타나 로(Santana Row) 근처의 애플 스토어를 찍은 동영상이다. 많은 고객들이 직원과 대화를 하고 (농담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한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파란 옷을 입은 수많은 직원 중 한 명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물론 당신에게 물건을 팔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둘째, 직원들이 모두 젊고, 쿨(cool)하고, 친절하다. 이는 애플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애플 스토어의 성공 비결을 잘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Apple’s Retail Secret“에 따르면, 직원들 교육을 매우 철저하게 하고, 관리도 철저하다고 한다. 직원들이 커미션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들의 목적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not to sell),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help customers solve problems)이라고 한다. 과연, 애플 스토어에 20번도 넘게 방문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니, 그 어떤 직원도 나에게 애플 제품을 하나라도 팔려고 했던 적은 없었다. 항상 그들의 질문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였다. 내가 새로 나온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A/S를 받으려고 온 건지, 아니면 그냥 둘러보려고 온 것인지, 악세사리를 사러 왔는지가 그들의 관심이지, 그 중 어떤 것도 나에게 파는 것이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

애플 스토어의 직원 교육 매뉴얼에서는 “APPLE이라는 줄임말”로 그들의 서비스를 요약했다. 누가 생각해냈는지 정말 기발하다.

  • A: Approach customers with a personalized warm welcome (개인화된 따뜻한 환영의 메시지를 가지고 고객에게 접근할 것)
  • P: Probe politely to understand all the customer’s needs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공손하게 알아볼 것)
  • P: Present a solution for the customer to take home today (고객이 오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
  • L: Listen for and resolve any issues or concerns (주의 깊게 듣고, 어떤 문제나 걱정이든지 해결할 것)
  • E: End with a fond farewell and an invitation to return (친절한 작별 인사와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초대하는 것으로 끝맺을 것)

이 다섯 가지 리스트를 보니 감탄이 나온다. 내가 애플 스토어에 갔을 때 느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이 다섯 가지 원칙을 단순히 외워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가치와 이유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팔로 알토 애플 스토어에서 최근 일을 시작한 Nick이라는 직원에게, 어떻게 해서 여기서 일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결코 쉽지 않았어요. 무려 6번의 인터뷰를 합니다. 채용이 되고 나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마지막 단계에는 12일의 현장 실습이 있습니다. 3일간 애플 스토어에서 일하고, 6일은 매장을 떠나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훈련하며, 다시 마지막 3일은 셰도잉(다른 매장 직원을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관찰하는 것)을 합니다. 특히 셰도잉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요.

애플 스토어 Personal Training 섹션에서 한 노부부가 직원에게 하나 하나 물어보면서 열심히 배우는 장면. 애플 스토어에서 이런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셋째, Genius Bar(지니어스 바)의 서비스가 매우 좋다.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는 곳인데, 그야말로 와우(WOW) 서비스이다. 맥북이든, 아이폰이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라도 여기에 가져가면 된다. 품질 보증 기간 이내이거나 제품 자체의 결함일 경우 두말 없이 새 것으로 교환해주거나 공짜로 수리해준다. 이런 저런 일로 몇 번 갔었는데, 매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한 번은 맥북의 디스플레이가 망가져서 가져간 적이 있었다. 또 수리비가 크게 깨지겠구나 했는데, 깜짝 놀라게도 공짜라고 하는 것이다. 부품의 결함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부품 공급 업체가 수리비를 전액 부담한다고 했다.

맥북 스크린이 이상해지더니 컴퓨터가 정지해버려서, 왕창 깨지겠구나 하고 갔는데 놀랍게도 수리비는 $0였다.

또 한번은 아이폰4 액정이 내 실수로 완전히 깨진 일이 있었다. 액정 수리비가 보통 $200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200불 깨질 각오를 하고 갔는데, Genius Bar에서 만난 직원이 “원래는 $200입니다. 그렇지만 공짜로 교환해드릴게요.” 처음에 내 귀를 의심할 수 없었다. 다시 물어봤는데, 정말로 무상 교환해준단다. 5분 후, 그 직원은 창고에서 박스에 곱게 포장된 아이폰 4를 가지고 나왔다. 아래는 그 때 기분 좋아 트윗했던 것이다.

액정 깨진 아이폰4를 무상으로 새 것으로 교환받은 날 기분 좋아하며 트윗했던 내용

이런 Genius Bar는 인기가 매우 많아 반드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예약은 10분 단위로 받는다.

Genius Bar 예약 화면

이 곳이 애플 스토어의 Genius Bar이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다가 생기는 어떤 문제라도 여기에 가져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넷째, 눈길을 끄는 매장 디스플레이이다. “반값 세일”, “신제품 출시 임박” 등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면서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끈다. 아래 몇 가지 예이다.

2009년 11월, 팔로 알토 애플 스토어의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 앱을 이용해서 트리를 만들었다.

맥북 에어가 가볍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출처: http://www.best-anti-spyware.com/)

마지막으로, 어디서 구매하든지 애플 제품은 가격이 같다. 요즘, 매장에서는 구경만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에 나중에 구매하거나, 그 즉시 폰으로 구매하는 것이 보통인데, 맥 제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어디서 사든지 가격이 같기 때문이다. 물론 아마존에서 사면 주 정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싸지기는 하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면 굳이 온라인으로 산다고 싸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장에 들러 그 즉시 구매하면서도 남들보다 비싸게 주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애플 스토어에 가면 사람들이 끊임없이 손에 제품을 하나씩 사서 들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비싼 땅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위해 만드는 경우가 있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 의류 매장들은 물론 많은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돈을 벌지만, 때론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돈을 잃으면서도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애플 스토어들은 모두 임대료가 비싼 요지에 위치해 있다 (뉴욕 5번가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애플 스토어는 모두 수익을 낸다고 한다. 아래 비디오는 2006년에 뉴욕 맨하탄 5번가(전 세계 명품점들이 모두 모인, 맨하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중 하나이다.)에 애플 스토어를 지었을 때, CNBC에서 스티브 잡스를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이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야기한다.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이번 스토어를 만들면서 다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돈을 벌지 못하는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애플 스토어는 하나도 빠짐 없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맨하탄 애플 스토어의 경우, 24시간 열려 있게 될 것이며, 300명의 직원이 일하고, 그 중 절반인 150명이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 일합니다. 새벽 2시에 영화를 편집하다 문제가 생겼다구요? 그럼 여기로 오면 됩니다.”

애플 스토어를 성공으로 만든 인물, Ron Johnson

2011년 6월 15일의 WSJ 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동안 애플 스토어 전체 326개 매장을 방문한 사람 수가 디즈니 테마 파크를 1년간 방문하는 사람 수(6천만명)보다 4배가 많았으며, 단위 면적(1 sqft)당 매출은 $4406로, 고급 다이어몬드 보석을 판매하는 티파니의 단위 면적당 매출 $3070을 크게 앞선다. 아찔할만큼 경이로운 실적이다.

이런 천재적인 아이템, 애플 스토어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아이디어는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서 나왔을 수 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했던 사람은, 애플에서 일하기 전에는 Target의 부사장이었고, 지금은 JCPenny 백화점의 CEO가 된 52세의 Ron Johnson이었다. 그는 2000년에 애플에 옮겨와서 Genius Bar, 매장 디자인, 애플 스토어 직원 교육 매뉴얼 등, 애플 스토어의 핵심적인 것들을 만들었으며, 2007년에는 70만주의 스톡 옵션을 행사해서 $112M(약1200억원)의 큰 돈을 벌기도 했다(주: Wikipedia). 2011년 6월 14일, 그가 애플을 떠나 JCPenny의 CEO가 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자마자 JCPenny의 주가가 하루만에 무려 18%가 상승했으니, 그가 애플을 위해 이룬 업적은 많은 투자가들에 의해 인정받은 셈이다.

Ron Johnson의 CEO 선임이 발표된 2011년 6월 14일 당시의 JC Penny 주가 변동. 하루만에 무려 18%가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2001년에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와 애플 스토어의 컨셉을 하나 하나 설명하는 비디오이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영혼은 애플 제품과 애플 스토어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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