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Hack 데모 데이

어제 저녁, 흥미로운 이벤트에 다녀왔다. AngelHack National Demo Day라는 것인데, 미국 전역에서 해커톤을 통해 선발되고 우승한 팀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발표를 하는 자리였다.

해커톤(Hackerthon): Hacker와 Marathon의 합성어. 즉 해킹을 마라톤으로 한다는 건데, 보통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팀을 짜서 일요일 저녁까지 3일만에 제품을 만들고 이를 발표하는 행사를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거의 매주 이런 행사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 살면 홍수라고 할 만큼 이런 이벤트가 주변에서 많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가 거의 매일 열리는데, 대부분은 컨퍼런스 형식이다. 유명한 투자자나 창업자들을 초대해서 그들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답변을 한다. 한편, 스타트업들이 나와 데모를 하는 이벤트도 많이 가보았는데, 사실 그런 데모는 테크크런치 읽으면서도 주욱 볼 수 있는 것이고, 가면 창업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해도 시간 효율성 면에서 그렇게 좋지가 않아 몇 번 가다가 요즘엔 좀 시들해진 참이었다.

어제 갔던 AngelHack은 그런 행사에 다시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각 발표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반응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밤 12시까지 이어진 네트워킹 이벤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테크크런치 기자인 Anthony Ha도 처음 만나 알게 되었다.

해커톤을 통해 나온 제품인 만큼, 대부분 학교에 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아 인상적이었다. 어제 보았던 몇몇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Stayover (http://angelhack3.hackathon.io/teams/view/356)

호텔 리뷰 사이트이다. 유저 리뷰 대신 다양한 신문과 잡지 등에 실린 전문가들의 리뷰의 글들을 종합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해서 점수와 순위를 보여준다. 나는 전문가 리뷰보다는 집단 지성을 더 믿기 때문에 여전히 Tripadvisor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이런 멋진 사이트를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WakieTalkie (http://wakietalkie.com/)

항상 같은 알람 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잠에서 깨는 것이 힘들고 지겨운가? WakieTalkie에 가입해서 아침에 일어나고 싶은 시간을 설정해두면 그 시간에 알람을 맞춘 사람들끼리 서로 전화로 연결해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낯선 사람과 통화하고 인사하다 보면 기분 좋게 잠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가입했더니 오늘 아침 7시에 정확히 전화벨이 울렸다. 연결된 사람은 르돈도 비치(Redondo Beach)에 사는 발랄한 목소리의 여자였다. 어제 밤에 UStream으로 Angelhack 행사를 보다가 가입했다고 했다. 나도 한 때 LA에 살았었고, 르돈도 비치에서도 잠시 살았던 적이 있어서 옛 생각이 나기에 서핑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끊었다. 내일 아침엔 또 누구와 연결될까? 기대된다.

ShareBrowse (http://sharebrowse.com/)

부모님,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인터넷을 가르쳐 주다가, 또는 인터넷의 정보를 찾아주다가 속이 터진 적이 있는가? 난 있다. ShareBrowse는 그것을 해결해주는 서비스이다. 화면을 공유하는 서비스야 무척 많다. 그렇지만 양쪽 다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설정도 몇 단계인데다 어떤 때는 잘 되지도 않아서 셋업하다가 시간이 다 가는 경우가 있다. ShareBrowse는 정말 간단하다. 설치가 필요 없이, 세션을 시작한 후 링크 하나만 상대방에게 보내면 즉시 브라우저가 양쪽에 공유된다. 커서를 움직이는 게 상대방에게 보이고, 링크를 클릭하면 양쪽에서 페이지가 바뀌고, 스크롤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발표한 라피(Raphie)가 15살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게다가 낮에는 인턴십을 하면서 2주만에 만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을 더 놀라게 했다.

ShareBrowse 실행 화면

ShareBrowse를 만든 15세 고등학생 라피 (Raphie). 현재 스타트업에서 인턴중이라고 함.

MailMoat (https://mailmo.at/)

구글 출신 엔지니어 두 명의 인상적인 팀이었다. Sandeep Jain은 카네기 멜론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고, Jonathan Kennell은 MIT에서 컴퓨터 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요즘 이메일에 들어 있는 내용을 추출하고 분석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이 나와 있다. TripIt이 대표적인데, 이메일 계정을 입력하면 항공편 예약 정보를 추출해서 내 여행 일정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아이폰으로도 항상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내 이메일 주소와 암호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MailMoat는 이메일에 OAuth를 적용해서, 개발자들이 지정된 이메일만 선택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도 어떤 정보가 넘겨지는지를 제어할 수 있게 한다.

Fly.io (http://angelhack3.hackathon.io/teams/view/441)

오직 눈알을 움직이는 것과 깜빡임만을 이용해서 화면 위의 커서를 조작할 수 있게 한다. 앞에 나와 데모를 했는데, 꽤 정교한 조작이 가능했다. 신체를 이용해서 커서를 움직이는 기술은 다양하게 나와 있는데, 오직 눈만을 이용해서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창업자 중 한 명인 Ritik Malhotra는 UC 버클리 대학 학생인데, 이전에 ‘페이팔 마피아‘글에서 소개 했던 피터 씨엘의 20/20 프로그램에 선정되었기에 지금은 휴학한 상태라고 했다.

이번 행사의 최종 우승은 Appetas와 GiveGo에게 돌아갔다.

Appetas (http://appetas.com/)

클릭 몇 번이면 레스토랑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꽤 괜찮은 웹사이트 하나가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위치를 구글 맵으로 보여주고, 리뷰도 포함된다. 물론 기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GiveGo (http://givego.co/)

운동을 통한 기부 캠페인을 아주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이런 방식의 캠페인은 미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 퇴치를 위한 마라톤’을 하기로 했다고 하자.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마라톤에서 달리겠다는 서약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서 기부금을 모은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은 유방암을 연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게 전달된다.

GiveGo를 이용하면, 꼭 마라톤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이런 캠페인을 쉽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다. 캠페인을 시작하면 페이스북에 뜨고, 참여하기 원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2마일 달릴 때마다 1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식으로 서약할 수 있다. 이렇게 한 후 달리면 된다. Strava와 같은 앱과 연동이 되어, 얼마나 달리는지는 자동으로 측정이 된다. 그 사람이 20마일을 달리면 10달러의 기부금이 모이는 것이다.

녹화된 행사 전체를 아래에서 비디오로 볼 수 있다.

  • 파트 1
  • 파트 2 (앞서 설명했던, 15세 고등학생이 자신의 제품을 발표하는 장면이 44:30 지점부터 나온다)
  • 파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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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ungmoon Cho

Principal Product Manager at Oracle / Co-President at Bay Area K Group / (ex) Gamevil / Blogger / Advisor & Angel Investor / SNU EE / UCLA Anderson MBA / 서울대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게임빌 창업멤버로 조인해서 7년간 회사 성장과 함께하다가 2007년 미국으로 와 UCLA에서 MBA를 마쳤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거주하고 오라클에서 Principal Product Manager로 일하고 있으며 글쓰기와 여행, 분석하기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