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파커, 한국 문화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이제 한국 문화의 전도사가 되다

스탠포드대학 정치 및 커뮤니케이션 전공 대학원 1학년 스테파니(Stephanie).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약 2년 반 전인 2009년 여름이었다. 매년 여름,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국, 일본, 타이완의 대학생들을 선발해서 “미국 영어 및 문화 교류(American Language & Culture)“라는 4주짜리 프로그램을 하는데, 스테파니는 그 프로그램에서 스탠포드대 자원봉사자로서 프로그램 진행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잘 아는 후배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 후배를 데려다주었다가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정말 많았고, 당시 인기 있던 한국 가수나 드라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 잠깐 만났던 것이 인연이 되어 나도 다음 해에 그 프로그램에서 패널리스트로 참가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를 만나 안부를 서로 묻곤 했다.

최근, 스테파니를 마운틴뷰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이제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생이 되었고, 곧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싱가폴로 갈 예정이란다. 어떤 일이길래 싱가폴에 가느냐 물었더니, 동영상에 각 나라 말로 자막을 달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startup)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일할 계획이란다. “비키(Viki)를 말하는건가요?”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비키(Viki)라면 내가 잘 아는 호창성 선배가 만든 회사이고, 최근 한국과 미국의 유명 VC들로부터 약 2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어 공부도 해서 이제 한글도 잘 읽었고, 안그래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번 일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흥분해 있었다.

어떤 계기로 한국 문화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졸업 후 첫 진로를 Viki로 정했을까? 궁금했다. 마운틴뷰의 한 스타벅스에서 그녀를 만났다.

성문: 간략하게 소개를 해줄래요?

스테파니: 안녕하세요? 스탠포드대를 지난 6월에 졸업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부 때 대학원 수업을 미리 수강해놨기 때문에 보통 2년이 걸리는 대학원 과정이지만 약 6개월만 더 하면 졸업하게 됩니다.

성문: 한국 문화와 드라마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스테파니: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LA에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주변에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미국 팝스타들을 좋아했는데, 한국계 친구들은 한국 가수나 연예인들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K-POP 콘서트에 가고 노래방에 가서 한국 노래를 부르고 하더라구요. 도대체 어떤 것이길래 그렇게 좋아하나 궁금했지요. 그래서 당시에 가장 친했던 친구인, 지금은 하버드대학에 있는 글로리아 이(Gloria Eee)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저한테 웹사이트를 하나 알려줬어요. 숨피(Soompi)는 사이트인데, 거기 가니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더군요. 숨피를 통해 전에는 존재하는 지조차 몰랐던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어요.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거든요. 그렇게 무언가에 빠져본 적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에 저처럼 아시아인이 아닌데 한국 가수를 좋아한다고 하면 미국 친구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죠. 남자 배우를 보고 여자같다고 놀리기도 했구요. 숨피를 통해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거나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런 모임을 통해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다가 콘서트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처음 갔던 것이 2006년에 있었던 YG 패밀리 월드 투어였어요. 빅뱅이 그 때 공연했던 기억이 나요.

성문: 고등학교 때라 대학 입시 준비로 바빴을텐데 어떻게 그 모든 걸 할 시간이 있었나요? 게다가 스탠포드대에 입학했잖아요. 대단한걸요?

스테파니: 사실 말씀드리면 타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스탠포드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과, 다른 언어를 배웠다는 것,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거든요. 솔직히 원래는 재밌어서 했던 것뿐이었지만요 (웃음).

성문: 스탠포드의 입학담당자들이 보는 눈이 있었군요. 하하.

스테파니: 근데 입학해서 보니 학교에 저 같이 한국 문화에 관심 많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미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스탠포드대학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래서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학생들을 많이 뽑은 것 같아요.

성문: 고등학교 때의 경험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요?

스테파니: 숨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다보니 아시아인들에 대해 정말 잘 알게 됐어요. 길가다가 주변을 보면 아시아인들이 더 눈에 잘 띌 정도였죠. 아시아인들을 보면 더 반갑기도 했구요. 한편, 숨피에서는 가수 ‘비’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썼는데, 그랬더니 사람들이 저를 한국계 미국인인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한글로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했어요. 신비로운 경험이었죠. 나중에 스탠포드대에서 이를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도 했어요. 전에는 태어난 마을이나 쓰는 언어, 또는 인종에 의해 정체성이 결정된다면, 이제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 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선택할 수 있다는 옵션이 있다는 것은 좋은거에요. 태어난 환경에 의해서만 정체성이 결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그러한 환경을 찾아서 선택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이지요.

성문: 스탠포드대 합격 비결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스테파니: 스탠포드대학은 시험 성적 뿐 아니라 에세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특히 성장 과정이 잘 녹아들어 있는 에세이요. 저는 소극적고 자신감이 없었던 한 아이가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했어요. 어렸을 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었거든요. 제 어머니는 백인이었고 아버지는 흑인이었어요. 그래서 외모는 흑인이었지만 저는 다른 문화 속에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흑인들만 쓰는 독특한 억양이 있거든요. 그런 억양을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제대로 할 줄을 몰랐기 때문에 친구들이 바로 알아차리고 인정을 안해줬죠. 제가 너무 고상한 단어들을 쓴다며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제가 과연 어떤 그룹에서 가장 잘 인정받고 어울릴 수 있나 싶어서 이곳 저곳을 시도해보던 중 한국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인 그룹에 갔는데, 한국 친구들이 저를 정말 재미있어하고 환영해줬어요. 한국계가 아닌 사람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재미있었나봐요. 제가 특정한 억양을 가지고 말하기를 기대하는 친구들 사이에 들어가서 그들이 실망하는 것을 보는 것 보다는, 제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 들어가서 그들이 놀라며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게 확실히 더 좋은 느낌이었죠.

성문: 비키(Viki)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었나요?

스테파니: 예전부터 비키의 팬이었고, 몇 번은 직접 자막을 달기도 했어요. 나중에 스탠포드 MBA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라는 것과, 테크크런치(TechCrunch) 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올해 봄, 한 친구가 만든 회사에 조언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Viki의 라즈믹(Razmig) 대표를 만났고, 그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연결이 됐어요.  그 분이 저한테 연락해 와서 팔로 알토에서 만났어요. 만나자마자 저한테 “당신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We wanna hire you.)” 라고 하더군요. 깜짝 놀랐죠. 저에게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고 제가 한 일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면서 싱가폴에 와서 팀을 만나보라고 했어요. 안그래도 언젠가 아시아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싱가폴에 들러 팀을 만나보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결정을 내렸습니다. Viki에서의 저의 공식적인 타이틀은 ‘커뮤니티 매니저‘입니다.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고, 내년 4월에 대학원을 졸업하면 풀 타임으로 거기서 일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정말 기대되요! (I am so excited about this opportunity!)

고등학교 때 우연히 한국 팝을 접했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찾았고,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했고, 또 이제 한국 드라마를 전 세계 사람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게 되어 정말 즐겁다는 스테파니, 그녀가 한국 문화의 ‘대사’로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스테파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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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ungmoon Cho

Principal Product Manager at Oracle / Co-President at Bay Area K Group / (ex) Gamevil / Blogger / Advisor & Angel Investor / SNU EE / UCLA Anderson MBA / 서울대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게임빌 창업멤버로 조인해서 7년간 회사 성장과 함께하다가 2007년 미국으로 와 UCLA에서 MBA를 마쳤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거주하고 오라클에서 Principal Product Manager로 일하고 있으며 글쓰기와 여행, 분석하기를 좋아합니다.
  • 방문자

    전 잘 몰랐는데
    미국대학의 학생선발은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 더 종잡을수 없네요ㅎㅎ
    저런 학생들을 많이 뽑는다면 정말 다양성의 끝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반면 다양성은 쥐뿔도 없는 한국대학 생각이 나네요
    저도 한곳을 벗어나 다른나라,문화 경험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about.me.sparker Stephanie Parker

    Thank you so much for inviting me to be a part of your amazing blog! I am flattered and inspired to be an even better student and advocate of Korean culture :)

    • http://www.sungmooncho.com Sungmoon Cho

      Hi Stephanie, I was about to send you the link, but you already found this! 좋은 이야기를 전달해줘서 고마워!

    • Fan

      Hi Stephanie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Nice to know you here. Your reports about identity, it gives me courage. Good luck in 싱가폴.

  • http://kkonal.com Meena

    Stephanie, happy to read your story on this blog. I’m looking forward to seeing you someday. Thanks for letting me know!! :-)

  • Pingback: Interviewed in Korean Blog, “Valley Inside” by Sungmoon Cho! « Where in the World is Sparker?()

  • http://toy0box.tistory.com SangHyuk Kim

    벨리인사이트의 인터뷰의 최초 외국인이군요.
    그렇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한국인보다 넘치는것 같습니다.
    좋은글 잘일고 갑니다.~

  • http://miraevision.kr MIRAE VISION

    좋은정보 잘 보고 갑니다.

    서로 문화가 달라도 상대적으로 끌리는 매력이 존재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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