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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 클라우드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회사

요즘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핫(hot)하고 섹시(sexy)한 회사는 어디일까? Cloudera, Box.net, Asana, Sencha, Qualtrics, Square, Workday많은 회사들이 거론되지만, 나는 주저없이 CRM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2위 점유율을 차지하는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을 꼽고 싶다. 세일즈포스는 이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회사이기도 하다. 개성이 강한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종종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기도 한다.

Salesforce.com “needs to be” for enterprise customers, “what Steve Jobs has always been to me,” Benioff said. “To be visionary and paint the future as much as possible.” (스티브잡스가 언제나 비저너리로서 나에게 미래를 그려준 것처럼, 세일즈포스닷컴은 기업 고객을 위해 스티브 잡스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 마크 베니오프. 출처: BusinessInsider)

2주 전,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살짝 넘은 $835 millon (약 9000억원)의 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후, 세일즈포스의 주가는 2013년 3월 13일 기준으로 18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업 가치가 무려 $26.5B (약 29조원)으로 상승했으며,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예상치를 31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작년 한 해 총 손실이 무려 $270 million (약 3천억원)이나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손실 때문에 EPS (주당 순이익)은 2013년 3월 13일 기준으로 -1.90이다. 주당 순이익이 마이너스인데 기업가치가 30조원에 달한 적이 있었던 회사는 아마도 아마존(Amazon.com)을 제외하고는 없지 않을까 싶다. 소프트웨어 회사 중에서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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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의 2012년 1월 이후 주가 추이. 총 80%가 상승했다. (출처: Google Finance)

이러한 과도한 주가 상승이 결코 계속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세일즈포스의 지분을 소유하기 위해 베팅을 걸고 있다. 언젠가 제 2의 오라클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라클의 현재 기업 가치는 $168B, 즉 약 180조원이다). 세일즈의 귀재인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이 30여년에 걸쳐 쌓아 온 업적을 15년 역사를 가진 세일즈포스닷컴이 쉽게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 성장이 오라클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잠깐 세일즈포스닷컴이 가진 제품 이야기를 해보자. ‘세일즈포스(Salesforc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영업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프트웨어이다.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기능이 무엇일까? 고객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그 다음은 고객 약속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고객과 만나서 했던 이야기와 통화 내용 등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 마지막으로 영업 실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 등이다. 여기에 더해서, 분기별, 연간 예상 실적까지 계산해서 보여줄 수 있으면 플러스다. 이 모든 활동을 가리켜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즉 CRM이라고 하는데, 한글로 번역하면 “고객 관계 관리“라는 어색한 말이 되어 대부분 그냥 CRM이라고 한다. CRM을 잘 하기 위해 꼭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전에는 세일즈맨들의 가방에 들어 있는 수첩으로 관리했을 테고, 엑셀(Excel)이 등장하면서 훨씬 편해졌을 것이고, 1990년대부터는 CRM을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들이 생겨났다. 1993년에 설립되어 2002년에 전체 CRM 마켓의 45%를 차지하고, 2006년에는 오라클에 $5.8 billion (약 6조원)에 인수된 Siebel Systems가 대표적이다.

세일즈포스닷컴 실행 화면

세일즈포스닷컴 화면

아래 세일즈포스닷컴이 만든 비디오를 보면 더 이해가 쉽게 된다.

사실 이 CRM 소프트웨어 시장은 Siebel Systems가 장악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를 소유한 오라클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9년에 세일즈포스닷컴이 생겨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라클, SAP와 같은 큰 회사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회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하자 차츰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엔 전세가 역전되어 기존의 강자들이 세일즈포스닷컴을 이기기 위해 고전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가트너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 세일즈포스는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오라클을 이기고  CRM 시장에서 SAP에 이어 2위로 등극했다.

CRM

CRM 소프트웨어 회사 순위

무엇을 잘 했던 것일까?

‘클라우드’

‘클라우드 컴퓨팅’라는 단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아마 1982년, 네 명의 스탠포드 졸업생들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를 창업할 무렵, 그들이 가졌던 비전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공동창업자인 스캇 맥닐리는 앞으로 모든 개인 단말기는 아주 단순해질 것이고, 모든 정보가 서버에 저장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버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들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그가 세상에 퍼뜨린 말이 “The Network is the Computer (네트워크가 컴퓨터다)“였다.  세상이 정확히 그가 말한대로 되지는 않았다. 지금의 랩탑과 스마트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정보가 서버에 저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원래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정보는 모두 서버에 저장된다. 오라클과 SAP가 가진 제품도 그런 모델이었다. 그런데 세일즈포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모든 정보를 기업이 소유한 서버가 아닌, 자신이 소유한 서버에 저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바로 이 자신이 소유한 서버를 단순화시켜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일정 이상의 속도를 보장하고 데이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서버들은 세계 도처에 위치해 있다.

사실, ‘클라우드’라는 단어는 들을 때마다 참 애매하다. 구체적인 개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구체적인 기술들을 뭉뚱그린 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 서비스형 플랫폼(Platform As a Service, PaaS), 서비스형 인프라(Infrastructure As a Service, IaaS)‘와 같은 단어들이 훨씬 구체적이다.

  • SaaS: 이메일, 게임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인 또는 기업이 소유권을 갖고 설치해서 쓰는 대신 매월 또는 매년 일정 사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방식. 구글 닥(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클라우드’ 제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 PaaS: 데이터베이스와 웹 서버와 같은, 다른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플랫폼을 사용료를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
  • IaaS: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나 플랫폼보다 더 하단에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 웹 호스팅 업체나 스토리지 서비스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마존(Amazon)은 이 분야의 강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출처: Wikipedia)

클라우드 컴퓨팅 (출처: Wikipedia)

다소 아야기가 기술적으로 흘렀는데, ‘브라우저 기반’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보면 간단하다. 개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했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클라우드형 서비스가 도입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아래 두 가지이다.

  1. 기업들은 원래 데이터를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고객의 연락처 및 고객별 매출 정보, 직원 개개인의 연봉과 성과 정보를 다른 회사에 넘기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바로 그 점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신 서버를 직접 사서 소유하고, 거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입해서 쓰고는 했다.
  2. 속도와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이다. 중요한 고객과의 미팅 후 결과를 바로 입력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면? 너무 느리다면? 월간 매출 보고서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매번 클릭 때마다 브라우저가 버벅대고 10초씩 기다려야 한다면? 컴퓨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에서는 마우스로 손을 가져갈 필요도 없이 키보드 입력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데, 브라우저 방식에서는 똑같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면?

이러한 점 때문에 나도 사실 2008년에 이 회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과연 그러한 방식이 먹힐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MBA 인턴십을 구하기 위해 알아보던 시절, 다른 MBA 학생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세일즈포스닷컴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제품을 보고 직원들로부터 설명을 자세히 들었지만, 여전히 내 머리속에는 ‘과연 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하지만, 세일즈포스닷컴은 위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고, 세계 5위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다. 첫 번째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기업의 신뢰를 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남에게 절대로 정보를 주려 하지 않던 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세일즈포스닷컴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음이 편해졌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일단 인터넷 접속 속도 자체가 훨씬 빨라졌고, 브라우저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지메일이 핫메일을 이긴 진짜 이유‘라는 글에서 설명했듯 Ajax 기술의 발전 덕분에 브라우저에서도 마치 설치형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좋아졌다. 여기에 더해 세일즈포스는 처음부터 Multitenancy(다세대) 기반으로 설계하여 비용을 낮추고 성능을 높였다. 이에 대한 설명은 기술적이므로 생략한다.

지금이야 이런 모든 개념이 친숙하고 말이 되지만, 1999년 당시에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이 점을 돌파하기 위해 한 가지 말을 만들어냈다.

No Software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로고,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로고,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신의 제품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고 말하다니, 거의 갸루다 상이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모른다. 내가 보기에, 이 로고를 통해 그가 하려고 했던 말은 한 가지다.

“당신들은 이제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살 필요도, 설치할 필요도, 그리고 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아가, 소프트웨어가 무엇인 지조차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브라우저를 띄우고, 저희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모든 일이 해결됩니다.”

둘째, 세일즈포스닷컴은 규모가 있는 회사들을 공략하는 대신 작은 회사들을 노렸다. 큰 기업일수록 데이터를 남에게 주는 것에 더 민감하고, 이미 자체 전산실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50명 미만의 작은 회사들은 정보의 보호보다 성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에 덜 민감하다. 빨리 성장하는 회사에게는, 1달만 지나도 정보가 모두 구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회사들이 비싼 돈을 들여 전산실을 꾸미고 서버를 사고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은 꿈꾸기 힘들기 때문에 CRM 소프트웨어를 쓰기보다는 그냥 엑셀로 데이터를 관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이들에게 접근해서 직원 한 명당 월 60달러의 사용료만 내면 즉시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해지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리고 첫 달은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작은 회사들에게도 시간과 돈을 들여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50명 미만의 작은 회사들은 SAP와 오라클같은 거대 기업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세일즈포스닷컴이 차지하며 성장했고, CRM 분야에서 2위를 차지한 지금은 직원 수십만명짜리 큰 회사도 고객으로 삼고 있다.

그 전에도 ‘클라우드’를 외친 회사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것으로 돈을 번 회사는 많지 않았다. 더더군다나 조단위의 연매출을 올린 회사는 더욱 없었다. 세일즈포스의 화려한 성장과 함께, ‘클라우드’는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다.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여기에서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그는 원래 오라클의 직원이었다. 그냥 직원이 아닌 오라클의 초기 직원이었고, 오라클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세일즈맨이었으며, 당시 연봉이 30만달러에 달했던, 오라클 역사상 최연소(26세) 임원이었다. 당연히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과 같이 지중해 요트 여행을 하고,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내며, 더블 데이트를 할 정도로 아주 사이가 좋았다. 이러한 그의 이야기는 CNN 기사에 아주 상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몇 가지 간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14세에 RadioShack(전파사 같은 곳이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컴퓨터 다루는 법을 배웠다. 고등학교 때에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팔았고, 여기서 번 돈으로 토요타 자동차를 사고 대학(USC)에 입학했다. 졸업 후 첫 직장이 오라클이었다. 입사해서 처음 맡은 일은 무료 전화번호로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그의 실력은 금새 두각을 나타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래리 앨리슨이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 23세에 Rookie of the Year (올해의 신입 사원) 상을 받았고 3년 후에는 임원(VP)이 되었다. 토요타는 버린지 오래고, 페라리를 구입한 후, 래리 앨리슨의 페라리보다 비싼 버전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라클에 있는 동안 프리젠테이션에서 탁월한 기질을 발휘했으며, 애플 스타일의 제품 시연회를 열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하지만, 워낙 튀는 스타일의 그에게는 회사 내에서 반대파가 많았다. “말만 잘하고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벌 줄은 모르는”사람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옆으로 밀려났고, 오라클의 주요 건물도 아닌, 길 건너편 빌딩에서 곁다리 프로젝트를 맡았다.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가 맡았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오라클 브라우저였는데 지금은 아무도 존재했는지조차 모르는 제품이 되었다.

31세에, 그는 성공을 거두었으며, 부유했지만 방향을 잃었다. 6개월의 휴가를 얻어내어 하와이와 인도를 여행했다. 거기서 요가와 동양 종교를 배웠다. 돌아와서, 그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를 신뢰했던 래리 엘리슨은 새로운 회사에 무려 $2 million (21억원)을 투자한 후 사외 이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회사가 모양을 갖추어가고 첫 고객이 생기자, 1999년에 그는 오라클에서 완전히 나와 자신의 회사에 전념한다. 이렇게 시작된 회사가 세일즈포스닷컴이다. 2000년에 $5 million의 매출을 올렸으며, 2002년에는 매출이 $52 million이 되었다. 2004년에는 IPO에 성공하며 $110 million의 . 10년 후, 그 매출은 $2 billion으로 불어났으며, 그의 개인 재산은 $2.2 billion (약 2.4조원)이 되었다.

오라클의 CEO 래리 앨리슨이 캘리포니아에 $100 million (1천억여원) 짜리 일본식 집을 지어 살고, 요트 경기에 $85 million을 쏟아부으며, 작년에 수천억원짜리 하와이의 섬을 산 데에 이어 이번에는 그 섬으로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사 Island Air를 사는 등 자신이 번 돈으로 맘껏 쓰고 즐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크 베니오프는 그가 원하는 곳에 돈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페이스북 이야기로 유명한 션 파커와 함께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을 위한 성대한 파티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선 단체에 큰 돈을 기부해온 것으로도 유명한데, 2010년에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샌프란시스코의 한 소아병원에 $100 million (천억여원)을 기부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중 하나고, 많은 투자자들이 장미빛 미래를 예견하며 베팅을 하고 있지만,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존 강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다. 오라클은 세일즈포스닷컴에게 CRM 분야 점유율 2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CRM의 클라우드 버전을 내놓았다. 게다가 오라클의 기업 가치는 세일즈포스닷컴의 7배인 $172 billion (약 180조원)이며, 현금 보유액이 수십 조원에 달해, Eloqua 등 세일즈포스를 위협할 수 있을 만한 회사들을 끊임 없이 인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SAP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의 성장을 넋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돈을 잃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의 주가는 거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  여기에 위험 요소가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임원들에게 상당량의 주식으로 보상을 하고 있는데,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임원들의 연간 보수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주요 인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매출과 순익률 그래프 (출처: Forbes.com)

2008년 이후 세일즈포스닷컴의 매출과 순익률 그래프. 매출은 연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2011년 중반부터 순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서, 최근에는 이익률이 무려 마이너스 28%에 달했다. (출처: Forbes.com)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당분간 세일즈포스닷컴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어쨌거나, 세일즈포스닷컴의 이야기는, 스타트업이 SAP, MS, 오라클과 같은 거대한 공룡을 공략하는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한 예로, 2005년에 만들어진 Worday라는 회사는 인적자원관리(Human Capital Management)분야에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세일즈포스닷컴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며 $10 billion (11조원)짜리 기업을 만들어냈다.

사람들 앞에 나서 자신의 비전을 소리질러 외치기 좋아하는 마크 베니오프의 카리스마적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디오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2011년, 드림포스(Dreamforce)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스피커로 3만여명 앞에 서서 ‘소셜 엔터프라이즈’를 외쳤던 연설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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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런티어(Palantir), 테러리스트 색출을 도와주는 빅 데이터 분석 툴

작년 이맘 때에, ‘2012년 기술 트렌드‘라는 제목의 글을 여기에 올렸었다. 그 때 첫 번째로 꼽은 트렌드는 ‘빅 데이터’였는데, 정말 올 한 해는 빅 데이터의 해였다. 대용량 정보를 가공한다는 컨셉이나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데이터를 저장하고 검색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저렴해지면서 ‘빅 데이터’가 유행어로 떠오르고, 관련된 수많은 회사들이 투자를 받고 인수된 한 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위 ‘빅 데이터’ 회사 중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곳은 팰런티어 테크놀러지(Palantir Technologies)이다. 팔로 알토 유니버시티 거리에 위치한 이 회사는 미국 중앙 정보부(CIA)로부터 $2 million(약 22억원)의 투자를 받아 시작되었으며, 창업자 중 한 명은 지난번 소개했던 “페이팔 마피아”로 유명한 피터 씨엘(Peter Thiel)이다. 창업 멤버들 중 일부가 페이팔(PayPal) 출신인데다 피터 씨엘 자신이 상당한 액수를 투자한 회사라는 점에서, 이 회사 역시 ‘페이팔 마피아‘에 의해 생겨났다고 이야기할만하다.

이 회사가 정말 재미있는 이유는, ‘빅 데이터’를 정말 흥미로운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CrunchBase의 프로필에 따르면, 그들은 고객들이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을 돕고 있다.

  • How do you take down human trafficking networks? (인신 매매 조직을 어떻게 찾아내는가?)
  • How can you prevent fraud in Medicare? (국민 건강 보험 사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 How can you help stop the genocide in the Sudan? (수단에서 벌어지는 대량 학살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 How can we help target gangs to end their violence? (어떻게 조직 폭력배를 찾아내는가?)

분명히 CIA 같은 기관이 관심을 보일 만한 주제들이다. 물론 CIA에서 그동안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기술이 있었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만든 이 소프트웨어를 따라갈 수는 없었나보다. 미국 정부가 주요 고객 중 하나이다. ‘Women in Tech’이라는 패널 토의에서, 카네기 멜론 대학을 다니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인턴십을 마쳤다는 한 팔런티어 직원이 “이런 기술이 이미 정부에서 쓰이지 않고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기회를 마다하고 팔런티에어서 일을 하기 시작했죠.” 라고 했다. 한편, 몇 달 전에 칼트레인(Caltrain)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다가 이 회사에 다니는 한 젊은 엔지니어를 만났는데, 정말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돕고 있는 중이라며 신이 나 있었다.

‘팰런티어(Palantir)’란, 원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마법사 간달프가 사용하는 구슬의 이름이다. 반지의 제왕 3에서는 사우론에 의해 나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왜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었느냐는 한 인턴의 질문에, 피터 씨엘은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고, 나쁜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팔런티어(Palantir). 마법사 간달프가 사용하는 구슬

팔런티어(Palantir). 마법사 간달프가 사용하는 구슬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이 회사에 지금까지 투자된 액수는 총 $301 million, 즉 3200억원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LinkedIn에 따르면 현재 직원 수가 500명이 넘는다.

팔런티어는 2009년-2012년에 걸쳐 총 $301M, 즉 약 3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팔런티어는 2009년-2012년에 걸쳐 총 $301M, 즉 약 3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무엇이 특이할까? 회사의 기술이 궁금해서 전에 1시간짜리 제품 데모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이 만든 것은 기본적으로는 데이터 분석 툴이다. 다만, 1) 구조화된(structured) 데이터 뿐 아니라, 이메일, 트위터 타임라인 등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까지도 몽땅 통합해서 분석할 수 있다는 점, 2) 그리고 매일 축적되는 페타바이트(petabyte)단위의 데이터를 아주 빠른 속도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 3) 그리고 대량의 데이터를 사람이 분석할 수 있도록 매우 다양한 그래프로 시각화하고 있다는 점 등이 차별점이다. 즉, 문제에 대한 해답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이 툴을 이용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초점이 있다. 아래는 몇 개의 툴 스크린샷인데(출처: Palantir 블로그),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시각화해준다.

pg-timefilter

Time Filtering

hh-dashboard

Financial Dashboard: 실시간 금융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줌

hh-prettyfilters

Instrument Groups

pg-flows

Flows: 객체들 사이의 자원의 흐름을 보여줌

약 열흘 전에 공개한 아래의 5분짜리 비디오를 보면 이 툴을 써서 어떻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의심이 가는 두 개의 IP 주소를 이용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침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인물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비디오를 보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찾아내는데 있어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사람이 원하는 모양대로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숫자가 잔뜩 나열된 테이블은 컴퓨터에게 편리한 방식이지만, 사람에게 편리한 방식은 그래프이다. 즉, 시각화 기술이 중요하다. Palantir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하여 제품을 만든다. 즉, Human-Computer Interaction에서 마찰(friction)을 줄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은, Palantir의 Director인 시암(Shyam Sankar)이 TED에서 했던 강연에서 잘 드러난다.

“The Rise of Human-Computer Cooperation”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그는 체스 시합 이야기로 시작한다. 2005년에 있었던 시합인데, 다음의 조합으로 서로 경기를 벌였다.

  • 수퍼 컴퓨터
  • 성능 안좋은 랩탑 하나 + 그랜드 마스터
  • 수퍼 컴퓨터 + 그랜드 마스터
  • 성능 안좋은 랩탑 세 개 + 두 명의 아마추어

어떤 조합이 이겼을까? 위에서 나열한 것이 역순위이다. 즉, ‘성능 안좋은 랩탑 세 개와 두 명의 아마추어’가 모든 다른 조합을 이겼다. 사람만이 아니고, 컴퓨터만이 아니고, 사람과 컴퓨터의 ‘공생(symbiosis)’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이 시암의 주장이다.

2012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빅 데이터, 그리고 머신 러닝. ‘머신 러닝’이라는 말에서 주는 어감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사실 어떤 데이터를 이용해서 학습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학습시킬 것인가는 사람이 결정한다. 컴퓨터가 발전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언젠가는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는 것을 상상하지만, 아직은 그런 날은 요원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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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랍박스(Dropbox), 가장 단순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장 우아한 제품

드랍박스(Dropbox)가 지난 주에 또 하나의 회사, 스냅조이(Snapjoy)를 인수했다. Audiogalaxy라는 회사를 인수한 지 일주일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Snapjoy는 사진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카메라로 찍었든, 아이폰으로 찍었든, 아니면 다른 기기로 찍었든 모두 통합해서 한 화면에 보여준다. 지난 9월에 iOS용 앱을 내놓았는데, 유저 인터페이스가 좋아 테크크런치에 소개되기도 했다.

요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활발히 활용하는 사람치고 드랍박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11월 12일, 드랍박스의 창업자 드류 휴스턴은, 회사 블로그를 통해 드랍박스 사용자 수가 100 million (1억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 블로그에서 그는 또한 드랍박스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Once upon a time, Dropbox had its humble beginnings in a Boston train station when I forgot my USB stick at home. We’re still unsure if it was fate or fluke, but one thing’s stayed the same all these years: each of us has a unique reason for using Dropbox. (옛날 옛적에, 보스턴의 한 기차역에서 USB 드라이브를 놓고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드랍박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위 글이 Once upon a time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것이 재미있다. 지난번 썼던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에서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로 다른 기기 사이에서 파일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인 Dropbox의 회사 가치는 작년에 $250 million (약 3천억원)을 투자받을 때 이미 4조원이 넘었으니, 현재 가치는 그 이상이다제품이 만들어진 지 4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2011년의 매출이 $240 million (약 2800억원) 정도이며, 유료 버전 사용자가 전체의 4%밖에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지만, 드랍박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드랍박스 월간 방문자 수 증가 추이 (출처: Compete.com)

한때 USB 드라이브가 나에게 아주 편리하고 작은 저장 공간을 제공했지만, 드랍박스의 등장과 함께 골동품이 되었다. 최근 몇 달동안에는 일시적으로 큰 파일을 옮길 때를 제외하고는 USB 드라이브를 쓴 기억이 없다. 다른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공유할 필요가 있는 자료는 항상 드랍박스에 저장한다.

내가 파일을 동기화해주는 툴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그 때부터 맥북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한동안 맥북과 윈도우즈 랩탑을 동시에 쓰자니 파일을 옮기는 것이 불편했다. USB 드라이브도 있고, 구글 Docs (지금은 구글 Drive로 이름이 바뀌었다)도 있고, 파일 백업 서비스도 있고,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 놓는 방법도 있었지만, 다들 조금씩 불편했다. 사실 대단한 불편은 아니었다. 1분도 걸리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매우 번거로웠다. 위에서 드류 휴스턴이 이야기한 것 처럼, USB 드라이브를 챙기는 것을 깜빡하거나 파일을 수정해놓고 잊어버리게 되기 쉬웠다.

파일을 쉽게 동기화해주는 툴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AllwaysyncGoodsync 같은 서비스가 눈에 띄었지만, 딱히 맘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SyncToy라는 툴이 마음에 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설정이 간단하지 않고 원하는 때에 바로 바로 동기화가 되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일 동기화 소프트웨어, SyncToy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일 동기화 소프트웨어, SyncToy

그러다가 Dropbox의 탄생 소식을 들었다. 나와 똑같은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써보니 너무 편리했다. 설치하고 나면 내 컴퓨터에 “Dropbox”라는 폴더가 하나 생긴다. 어떤 파일이든 그 폴더에 넣는 순간 서버와 동기화가 되고, 드랍박스가 설치된 다른 컴퓨터와도 즉시 동기화가 된다(놀랄만큼 빠르다). 귀찮게 최근 파일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로 다른 컴퓨터 사이에 파일을 동기화해주는 기술 자체가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Unix와 윈도우즈 컴퓨터에서 파일을 동기화해주는 RSync라는 소프트웨어가 1996년부터 존재했다. RSync에 기반을 둔, 사용하기 쉽게 만든 소프트웨어도 스무가지가 넘게 있었다. ‘바이너리 비교 방식’을 쓰는데, 파일 전체를 매번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부분만 찾아내어 업데이트하는 기술이다.

파일을 동기화해주는 각종 소프트웨어 (출처: Wikipedia)

파일을 동기화해주는 각종 소프트웨어 (출처: Wikipedia)

어떻게 보면 기술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지 4년만에 4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가 메겨지고, 1억 명 이상이 쓰는 소프트웨어가 되었을까?

첫째, 유저 인터페이스가 정말 좋았다. 기존의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특정 폴더를 동기화하기 때문에 어떤 폴더를 동기화하고 싶은지 설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아주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설정’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복잡하게 느껴찌는 과정이다. 드랍박스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설치하면 ‘내 문서’ 아래에 새로운 폴더가 생기고 그 다음부터는 파일을 그 폴더에 드랍(Drop)하면 끝이다.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 게다가 동기화가 끝난 파일이나 폴더에는 이쁘게 ‘체크’ 표시가 되어, 내 파일이 확실하게 서버에 저장이 되었는지 즉시 알 수 있었다.

드랍박스를 설치하고 나면 생기는 새로운 폴더, "My Dropbox"

드랍박스를 설치하고 나면 생기는 새로운 폴더, “My Dropbox”

둘째, 윈도우즈, 리눅스, 유닉스 컴퓨터 사이에 파일 동기화해주는 소프트웨어는 많았지만, 드랍박스만큼 모든 스마트 기기를 함께 지원하는 서비스는 없었다. 2008년부터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고, 사진, 음악, 문서들을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접근하고 싶어했다. 애플 제품만 쓰는 사람이라면 돈을 내고 MobileMe와 같은 서비스를 쓰면 되겠지만, 다양한 기기를 쓰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셋째, 무료였다. 기존의 소프트웨어는, 무료이면 사용하기 불편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면 월 정액을 내야 했다. 드랍박스는 2기가바이트까지의 저장 공간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래서 다른 소프트웨어보다 더 빨리 퍼지고 대중화될 수 있었다.

이 모든 장점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당시에 Dropbox만 있었을까? 분명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을 것이고, 경쟁 서비스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Dropbox는 빨리 퍼졌다. 사람들의 눈에 더 많이 띄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거기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서비스들은 “sync(동기화)”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게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용어이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말은 아니었기에 기억하기 쉽지 않고 바로 감이 오지 않는다. 드랍 박스(drop box)는 원래 우체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소포를 보낼 수 있도록 우체국 앞에 설치해놓은 통을 의미한다. 드랍박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우체통이 생각나고, 자신의 파일을 그 ‘드랍 박스’에 던져 놓으면 끝이라는 장면이 연상된다.

미국 우체국에서 거리에 설치해놓은 드랍 박스 (Drop box)

미국 우체국에서 거리에 설치해놓은 드랍 박스 (Drop box)

둘째, Y 컴비네이터(Y Combinator)의 역할이 컸다. Y Combinator에서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2012년 4월 기준으로, Y Combinator에서 투자한 회사의 총 기업 가치가 $7.8 billion (약 9조원)이라고 하니, 폴 그래함(Paul Graham)이 만든 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실리콘밸리에 미친 영향은 여기에서 굳이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드류 휴스턴이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 Y Combinator에 지원했으며, 지금 Dropbox는 Y Combinator가  투자한 300개가 넘는 스타트업들 중 가장 성공적인 회사로 꼽힌다. 지금부터 4년 전인 2007년 4월에 드류 휴스턴이 Y Combinator에 냈던 신청서의 내용이 참 재미있다. 몇 개 아래에 인용해 보겠다.

# What is your company going to make?  (만들려는 것이 무엇인지?)
Dropbox synchronizes files across your/your team’s computers. It’s much better than uploading or email, because it’s automatic, integrated into Windows, and fits into the way you already work. There’s also a web interface, and the files are securely backed up to Amazon S3. Dropbox is kind of like taking the best elements of subversion, trac and rsync and making them “just work” for the average individual or team. Hackers have access to these tools, but normal people don’t. (드랍박스는 서로 다른 컴퓨터 사이에서 파일들을 동기화합니다. 모든게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당신이 작업하는 방법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업로드하거나 이메일을 쓰는 것보다 낫지요. Subversion, Trac, Rsync를 모두 합쳐 가장 좋은 점들을 뽑아, 일반적인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구들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요)

# If one wanted to buy you three months in (August 2007), what’s the lowest offer you’d take?   (3개월 후인 2007년 8월에 매수 제의를 한다면, 최소 얼마이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가?)
I’d rather see the idea through, but I’d probably have a hard time turning down $1m after taxes for 6 months of work. (이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기는 하지만, 6개월 작업한 것에 누가 $1 million (11억) 을 주겠다고하면 거절하기 힘들겠지요.)

# Please tell us something surprising or amusing that one of you has discovered. (당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한가지를 말해보라)
The ridiculous things people name their documents to do versioning, like “proposal v2 good revised NEW 11-15-06.doc”, continue to crack me up. (사람들이 문서 버전 관리를 위해서 “proposal v2 good revised NEW 11-15-06.doc”와 같이 복잡한 파일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와요.)

드랍박스의 공동 창업자, 아라시 페르도시 (Arash Ferdowsi). (출처: Forbes)

SAT에서 만점을 받은 후 MIT에서 공부했고, 5살 때부터 컴퓨터를 다루었으며, 전에 스타트업을 만든 경험이 있다는 것을 내세운 강력한 신청서였지만, 폴 그래함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며, 꼭 공동 창업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이란계 부모에게서 태어난 또 다른 MIT 학생 아라시 페르도시(Arash Ferdowsi)를 만났다. 두 번째 만남에서 그들은 소위 ‘결혼을 했고’, 아라시는 졸업을 6개월을 남기고 학교를 중퇴했다. 폴은 15,000달러를 투자했고, 그들은 실리콘밸리로 이사했고, 드랍박스가 시작되었다[주: Forbes].

셋째,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드랍박스를 추천하면 용량을 추가로 주는 마케팅을 했었다. 2GB까지 공짜이고 그 이상을 쓰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드랍박스 가입을 추천해서 가입이 되면 양쪽 모두에 250메가 바이트의 용량을 준다. 나도 이것 때문에 몇 명에게 추천을 했었고, 그 덕분에 무료로 쓸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났다. 고객들 스스로가 판매 사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 한 후 15개월이 지나자, 사용자 수는 1만명에서 4백만명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30% 이상) 이렇게 해서 유입된다고 한다.

넷째, 드루 휴스턴의 유머 감각으로 만든 최소 가능 제품 (Minimal Viable Product, MVP) 덕분이었다. 이와 관해 작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 하나 있는데, 실리콘밸리에서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책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의 저자 에릭 리스(Eric Ries)가   “드랍박스 최소 가능 제품 Dropbox Minimal Viable Product“라는 제목으로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것이다. 에릭은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Houston learned this the hard way when he tried to raise venture capital. In meeting after meeting, investors would explain that this “market space” was crowded with existing products, none of them had made very much money, and the problem wasn’t a very important one. Drew would ask: “Have you personally tried those other products?” When they would say yes, he’d ask: “Did they work seamlessly for you?” The answer was almost always no. Yet in meeting after meeting, the venture capitalists could not imagine a world in line with Drew’s vision. Drew, in contrast, believed that if the software “just worked like magic,” customers would flock to it. (휴스턴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면서 어렵게 배웠다. 계속되는 미팅 속에서, 투자자들은 시장이 기존 제품들로 포화되어있고 그 제품들 중 돈을 많이 버는 회사는 없으며, 해결하려는 문제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드류는 물었다. “그 다른 제품들을 써봤나요?” ‘예’라고 대답하면 그는 또 물었다. “부드럽게 작동하던가요?” 그 대답은 항상 ‘아니오’였다. 그렇지만, 벤처캐피털리스들은 드류가 가진 비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드류는, 소프트웨어가 ‘마법처럼 작동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서, 드류가 한 일은 비디오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품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프로토타입을 이용해서, 그는 드랍박스를 이용하면 왜 USB 드라이브가 필요 없게 되는지, 윈도우 PC와 맥 사이에 파일이 얼마나 부드럽게 동기화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자기가 직접 이야기를 하며 제품을 설명하는데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간다. 아래는 그 비디오이다.

이 비디오에 그는 얼리 어답터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를 집어 넣어 Digg.com에 올렸고, 수십만명이 방문하게 되면서 75,000명이 베타 사용자가 되기 위해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이 사례는 Startup Lessons Learned (스타트업 교훈)에서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린 스타트업’ 원칙을 적용한 가장 훌륭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며, 지금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 때 드류가 발표한 슬라이드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드랍박스 탄생 이야기, 그리고 드류 휴스턴의 이야기는 2011년 10월에 포브스(Forbes) 지에 빅토리아(Victoria Barret)에 의해 커버 스토리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2011년 10월 포브스(Forbes) 지에 커버 스토리로 소개된 드랍박스와 창업자 드류 휴스턴

꽤 긴 기사인데, 시간을 들여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몇 단락만 소개해보겠다. 첫 번째는 스티브 잡스와 드류 휴스턴이 만난 장면이다.

Jobs presciently saw this sapling as a strategic asset for Apple. Houston cut Jobs’ pitch short: He was determined to build a big company, he said, and wasn’t selling, no matter the status of the bidder (Houston considered Jobs his hero) or the prospects of a nine-digit price (he and Ferdowsi drove to the meeting in a Zipcar Prius). (스티브 잡스는 드랍박스가 애플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임을 예지했다. 그러나 휴스턴은 잡스의 말을 끊었다. 그는, 큰 회사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상태이며, 어떤 사람이 어떤 가격에 제시를 하든 팔지 않겠다고 했다. 심지어 제시 가격이 수조원 대라도.)

이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은 아이 클라우드(iCloud)를 발표했다. 드류 휴스턴이 바짝 긴장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드랍박스는 여전히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다음은 2008년에, 드랍박스가 추가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을 때의 일이다.

He invited seven of the Valley’s elite venture firms through Dropbox’s San Francisco digs over a four-day stretch, and asked them for offers by the following Tuesday. Only one came back to him quickly. Just before midnight the eve offers were due, Dropbox’s head of business development—a former venture capitalist —suggested Houston either delay the round or even pull it. Houston’s reply: “We said Tuesday. It isn’t Tuesday.” Sure enough, every firm came back interested the next morning. (그는 4일에 걸쳐 실리콘밸리의 엘리트 벤처 캐피털 7개를 드랍박스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로 초대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 화요일까지 조건을 제시하라고 했다. 그 중 한 곳만 바로 연락이 왔고, 나머지 회사들은 월요일 자정까지 소식이 없었다. 전에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일했던 드랍박스의 한 직원이, 좀 미루든지 취소하자고 했다. 휴스턴은 대답했다. “화요일이라고 했잖아요. 아직 화요일이 안됐어요.” 그 다음날 아침, 7개 회사 모두가 투자하겠다고 찾아왔다.)

이렇게 해서, 드랍박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회사들 – Index Ventures as lead, Sequoia, Greylock, Benchmark, Accel, Goldman Sachs and RIT Capital Partners – 로부터 $250 million (3천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 가치는 $4 billion (4.4 조원)이었다.

기사에는 드류 휴스턴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온다.

His father is a Harvard-trained electrical engineer; his mother, a high school librarian. Growing up in suburban Boston he began tinkering at age 5 with an IBM PC Junior. His mother, correctly deducing that her son was becoming a code geek, made him learn French and hang out with the jocks, and refused to let him skip a grade. During summers in New Hampshire she took away his computer, even as he griped about being bored in the woods. (드류 휴스턴의 아버지는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도서관 사서였다. 보스턴 교외 지역에서 자라며, 그는 5살 때 IBM PC 주니어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들이 컴퓨터 광이 될 것을 우려한 어머니는, 그에게 프랑스어 공부를 시키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같이 놀게 시켰다. 한때 컴퓨터를 빼앗기도 했다.)

그러나 드류 휴스턴은 컴퓨터,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더욱 빠졌다. MIT에 진학한 후 코딩에 시간 전부를 쏟았다. 그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몇 달 뒤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4시간짜리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작업하려고 준비해뒀는데 USB 메모리를 챙기는 것을 잊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드랍박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제품을 만들든지, 시장에 나가는 순간, 어쩌면 나가기 전부터도 매우 치열한 경쟁을 맞이한다. 이미 비슷한 제품이 수없이 나와 있는 경우도 많고, 경쟁자가 재빨리 모방해서 시장을 잠식하기도 한다. Dropbox의 사례를 보며,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아 승자가 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애플 모두 이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드랍박스를 모방한 제품들(구글의 GDrive, 마이크로소프트의 SkyDrive)이 많이 나와 있지만, 드랍박스는 이미 1억명의 고객들로부터 강한 신뢰를 구축한 상태이다. 실제로, 내가 드랍박스를 사용한 지난 3년 동안, 단 한번도 문제가 생기거나 제품이 잘 동작하지 않아 불편을 겪었던 적이 없었다. 큰 회사들의 끝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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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 성공의 비결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애플 스토어에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글들을 애플 스토어 유리에 붙이고, 그 앞에 꽃과 촛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에 가득 붙은,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메시지들 (출처: @garywhitta)

사람들은 애플 스토어를 보며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마치 그것이 잡스의 초상화라도 되는 것처럼. 애플 스토어에 어떤 의미가 있길래 그럴까?

얼마전, 중국에서 가짜 애플 스토어가 들어서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BirdAbroad라는 필명을 가진 중국에 사는 한 미국인이 “스티브 잡스, 듣고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트위터, 페이스북 통을 통해 퍼지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급기야 얼마 후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신문의 첫 면에 “Made in China: Fake Stores” 라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 곤명(Kunming)의 가짜 애플 스토어. 로고, 상점 디자인 뿐 아니라 티셔츠까지도 똑같이 베꼈다.

2010년 7월에는 상해에 거대한 애플 스토어가 생겨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상해 애플 스토어 오픈 첫날,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출처: http://www.renzwertig.com/)

이어서, 홍콩에는 지난 달인 2011년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가 생겼다. 압도적인 규모이고, 오픈 첫 날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M.I.C에서 올린 사진과 비디오를 보면 실감이 난다. 특히 잘 편집된 비디오가 볼만하다.

홍콩에 새로 오픈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 (출처: http://micgadget.com)

한 때 미국을 호령했던 거대한 서점 체인인 Borders가 망하고, 미국 최대 오프라인 DVD 대여점이었던 Blockbuster도 망해가는 마당에, 애플 스토어는 오히려 갯수를 늘리고, 규모를 확장하고, 더 큰 스토어를 짓고, 그럴 때마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왜일까? 사람들이 그 안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길가다 보면 여기 저기 보이는 애플 스토어. 애플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더 자주 찾게 되었다. 나는 편리함때문에 아마존 또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래도 난 애플 스토어에 간다. 팔로 알토의 매력적인 애플 스토어를 지나갈 때마다 충동을 느끼고,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스토어에 항상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고, 뉴욕 5번가를 걷다가도 애플 스토어가 보이면 꼭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아무 것도 사지 않아도 말이다.

뉴욕 맨하탄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출처: http://news.worldofapple.com/)

무엇이 애플 스토어를 오늘날의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어떤 비밀 레시피(recipe)가 애플 스토어를 이러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다섯 가지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매장에 직원들이 가득 있다. 보통 다른 전자 제품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들어가면 즉시 누군가 와서 인사하고 맞아준다. 애플 스토어를 둘러보면 고객이 혼자 두리번 두리번 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래는, 집 근처 산타나 로(Santana Row) 근처의 애플 스토어를 찍은 동영상이다. 많은 고객들이 직원과 대화를 하고 (농담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한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파란 옷을 입은 수많은 직원 중 한 명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물론 당신에게 물건을 팔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둘째, 직원들이 모두 젊고, 쿨(cool)하고, 친절하다. 이는 애플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애플 스토어의 성공 비결을 잘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Apple’s Retail Secret“에 따르면, 직원들 교육을 매우 철저하게 하고, 관리도 철저하다고 한다. 직원들이 커미션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들의 목적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not to sell),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help customers solve problems)이라고 한다. 과연, 애플 스토어에 20번도 넘게 방문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니, 그 어떤 직원도 나에게 애플 제품을 하나라도 팔려고 했던 적은 없었다. 항상 그들의 질문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였다. 내가 새로 나온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A/S를 받으려고 온 건지, 아니면 그냥 둘러보려고 온 것인지, 악세사리를 사러 왔는지가 그들의 관심이지, 그 중 어떤 것도 나에게 파는 것이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

애플 스토어의 직원 교육 매뉴얼에서는 “APPLE이라는 줄임말”로 그들의 서비스를 요약했다. 누가 생각해냈는지 정말 기발하다.

  • A: Approach customers with a personalized warm welcome (개인화된 따뜻한 환영의 메시지를 가지고 고객에게 접근할 것)
  • P: Probe politely to understand all the customer’s needs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공손하게 알아볼 것)
  • P: Present a solution for the customer to take home today (고객이 오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
  • L: Listen for and resolve any issues or concerns (주의 깊게 듣고, 어떤 문제나 걱정이든지 해결할 것)
  • E: End with a fond farewell and an invitation to return (친절한 작별 인사와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초대하는 것으로 끝맺을 것)

이 다섯 가지 리스트를 보니 감탄이 나온다. 내가 애플 스토어에 갔을 때 느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이 다섯 가지 원칙을 단순히 외워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가치와 이유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팔로 알토 애플 스토어에서 최근 일을 시작한 Nick이라는 직원에게, 어떻게 해서 여기서 일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결코 쉽지 않았어요. 무려 6번의 인터뷰를 합니다. 채용이 되고 나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마지막 단계에는 12일의 현장 실습이 있습니다. 3일간 애플 스토어에서 일하고, 6일은 매장을 떠나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훈련하며, 다시 마지막 3일은 셰도잉(다른 매장 직원을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관찰하는 것)을 합니다. 특히 셰도잉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요.

애플 스토어 Personal Training 섹션에서 한 노부부가 직원에게 하나 하나 물어보면서 열심히 배우는 장면. 애플 스토어에서 이런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셋째, Genius Bar(지니어스 바)의 서비스가 매우 좋다.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는 곳인데, 그야말로 와우(WOW) 서비스이다. 맥북이든, 아이폰이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라도 여기에 가져가면 된다. 품질 보증 기간 이내이거나 제품 자체의 결함일 경우 두말 없이 새 것으로 교환해주거나 공짜로 수리해준다. 이런 저런 일로 몇 번 갔었는데, 매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한 번은 맥북의 디스플레이가 망가져서 가져간 적이 있었다. 또 수리비가 크게 깨지겠구나 했는데, 깜짝 놀라게도 공짜라고 하는 것이다. 부품의 결함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부품 공급 업체가 수리비를 전액 부담한다고 했다.

맥북 스크린이 이상해지더니 컴퓨터가 정지해버려서, 왕창 깨지겠구나 하고 갔는데 놀랍게도 수리비는 $0였다.

또 한번은 아이폰4 액정이 내 실수로 완전히 깨진 일이 있었다. 액정 수리비가 보통 $200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200불 깨질 각오를 하고 갔는데, Genius Bar에서 만난 직원이 “원래는 $200입니다. 그렇지만 공짜로 교환해드릴게요.” 처음에 내 귀를 의심할 수 없었다. 다시 물어봤는데, 정말로 무상 교환해준단다. 5분 후, 그 직원은 창고에서 박스에 곱게 포장된 아이폰 4를 가지고 나왔다. 아래는 그 때 기분 좋아 트윗했던 것이다.

액정 깨진 아이폰4를 무상으로 새 것으로 교환받은 날 기분 좋아하며 트윗했던 내용

이런 Genius Bar는 인기가 매우 많아 반드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예약은 10분 단위로 받는다.

Genius Bar 예약 화면

이 곳이 애플 스토어의 Genius Bar이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다가 생기는 어떤 문제라도 여기에 가져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넷째, 눈길을 끄는 매장 디스플레이이다. “반값 세일”, “신제품 출시 임박” 등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면서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끈다. 아래 몇 가지 예이다.

2009년 11월, 팔로 알토 애플 스토어의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 앱을 이용해서 트리를 만들었다.

맥북 에어가 가볍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출처: http://www.best-anti-spyware.com/)

마지막으로, 어디서 구매하든지 애플 제품은 가격이 같다. 요즘, 매장에서는 구경만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에 나중에 구매하거나, 그 즉시 폰으로 구매하는 것이 보통인데, 맥 제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어디서 사든지 가격이 같기 때문이다. 물론 아마존에서 사면 주 정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싸지기는 하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면 굳이 온라인으로 산다고 싸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장에 들러 그 즉시 구매하면서도 남들보다 비싸게 주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애플 스토어에 가면 사람들이 끊임없이 손에 제품을 하나씩 사서 들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비싼 땅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위해 만드는 경우가 있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 의류 매장들은 물론 많은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돈을 벌지만, 때론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돈을 잃으면서도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애플 스토어들은 모두 임대료가 비싼 요지에 위치해 있다 (뉴욕 5번가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애플 스토어는 모두 수익을 낸다고 한다. 아래 비디오는 2006년에 뉴욕 맨하탄 5번가(전 세계 명품점들이 모두 모인, 맨하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중 하나이다.)에 애플 스토어를 지었을 때, CNBC에서 스티브 잡스를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이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야기한다.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이번 스토어를 만들면서 다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돈을 벌지 못하는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애플 스토어는 하나도 빠짐 없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맨하탄 애플 스토어의 경우, 24시간 열려 있게 될 것이며, 300명의 직원이 일하고, 그 중 절반인 150명이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 일합니다. 새벽 2시에 영화를 편집하다 문제가 생겼다구요? 그럼 여기로 오면 됩니다.”

애플 스토어를 성공으로 만든 인물, Ron Johnson

2011년 6월 15일의 WSJ 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동안 애플 스토어 전체 326개 매장을 방문한 사람 수가 디즈니 테마 파크를 1년간 방문하는 사람 수(6천만명)보다 4배가 많았으며, 단위 면적(1 sqft)당 매출은 $4406로, 고급 다이어몬드 보석을 판매하는 티파니의 단위 면적당 매출 $3070을 크게 앞선다. 아찔할만큼 경이로운 실적이다.

이런 천재적인 아이템, 애플 스토어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아이디어는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서 나왔을 수 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했던 사람은, 애플에서 일하기 전에는 Target의 부사장이었고, 지금은 JCPenny 백화점의 CEO가 된 52세의 Ron Johnson이었다. 그는 2000년에 애플에 옮겨와서 Genius Bar, 매장 디자인, 애플 스토어 직원 교육 매뉴얼 등, 애플 스토어의 핵심적인 것들을 만들었으며, 2007년에는 70만주의 스톡 옵션을 행사해서 $112M(약1200억원)의 큰 돈을 벌기도 했다(주: Wikipedia). 2011년 6월 14일, 그가 애플을 떠나 JCPenny의 CEO가 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자마자 JCPenny의 주가가 하루만에 무려 18%가 상승했으니, 그가 애플을 위해 이룬 업적은 많은 투자가들에 의해 인정받은 셈이다.

Ron Johnson의 CEO 선임이 발표된 2011년 6월 14일 당시의 JC Penny 주가 변동. 하루만에 무려 18%가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2001년에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와 애플 스토어의 컨셉을 하나 하나 설명하는 비디오이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영혼은 애플 제품과 애플 스토어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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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오늘의 주제는 아마존(Amazon.com)이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 중 Top 3안에 드는 회사이고, 내 재산을 불려주는 회사이기도 하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이라는 주제로 작년 9월에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150달러이던 주가는 이제 200달러를 넘겼다. 당시 675억달러이던 시가 총액은 이제 915억달러(약 100조원)가 되었다 (참고로 삼성전자 시가 총액이 현재 132조원이다).

2011년 5월 13일 기준 아마존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친구들, 회사 동료들과 아마존 이야기를 하면 모두다 한결같이 하는 대답은 “Awesome!(최고!), I love it!(사랑해!)”이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었다. 어떤 회사든, 어떤 서비스든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게 마련인데, 어떻게 아마존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

‘성공 비결’이라는 주제로 지난번에 넷플릭스(Netflix)라는 회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마찬가지로 아마존에 대해서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세하게 이야기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트위터(@kyuclee)를 통해 아마존에 대한 자료를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본 아마존에 대한 분석 중 가장 좋기에 이를 기준으로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72장짜리 슬라이드인데, 원본은 여기에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은 꼭 전체를 보시기를: Amazon.com: the Hidden Empire (아마존닷컴: 숨겨진 제국)

아마존, 알고 보면 거대한 회사다. 이베이보다 두 배나 크고, 페이스북보다 15배나 많은 직원을 가지고 있고, 구글보다 매출이 16% 많고, 월마트보다 더 큰 소비자 브랜드이다.

왜 가능했을까? 비전 때문이다. 1994년,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았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이지만, 여기서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하겠다. 1964년생. 어머니가 10대에 임신해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을 갓 넘겼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다섯살 때 새아버지에게 입양된다.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 역시 너무 어린 어머니한테 태어났다가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 가족이 텍사스를 거쳐 플로리다에 이사한 후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했으며 컴퓨터 사이언스 학위를 받은 후 월 스트리트의 D. E. Shaw & Co.라는 금융회사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Financial Analyst)로 일하다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1994년에, 그가 서른 살이 되던 시점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다. 현재 아마존 주식의 20%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주식으로 인한 그의 개인 재산은 현재 약 20조원이다.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2003년에 “Next Web Innovation” 이란 주제로 했던 강연인데, 제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해서 한참을 웃으면서 봤다. 닷컴 버블 이후의 인터넷을 골드 러시 및 전기와 비교하며, 2003년의 인터넷 수준은 1908년의 전기 세탁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03년이면 이미 한게임/넷마블 등이 히트치고 네이버가 잘 나가던 때였는데, 제프는 그 시대를 1908년과 비교한 것이다. 왜 아마존이 그 이후에 끝없이 개선되고 성장했는지의 답이 그에게 있다.

TED에서 강연중인 제프 베조스. (이미지 출처: http://www.trustthefedora.com/)

그리고 그 비전은 뛰어난 실행력과 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아마존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했다. 1. 낮은 변동비, 2. 실시간 최적화, 3.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팅, 4. 전세계적인 시장, 5. 무제한의 재고, 6. 끝없이 개선되는 측정 지표와 이를 이용한 최적화

완전히 혁신적인 생각은 아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자"

소비자에게 먼저 투자한다: 소비자에게 포커스하고 그들의 요구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 요구를 저렴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끝없는 혁신을 가져오는데, 1. 소비자 경험을 위해 원클릭 쇼핑과 프라임 멤버십을 도입했고, 2. 일대일의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했고, 3. 구매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서 신뢰를 쌓았다. 결국 아마존은 소비자의 '잠재 요구'를 충족시켜, 그들이 뭔가 온라인에서 사겠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되도록 했다.

참고로, 2010년 4월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 해에 세운 452개의 목표 중에서 무려 360가지소비자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출처: Business Insider) 제프 베조스가 얼마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는지, 그리고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아마존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그동안 투자해온 것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전 블로그에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간략히 정리해 두었다: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

그 비밀 요리법은 바로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이다. 웹사이트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그 결과는 경쟁사보다 싸게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여기,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 Diapers.com의 놀라운 물류 시스템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있다. Kiva Robot 을 이용하여 자동화되어있다.

미국의 많은 성공적인 인터넷 기반의 회사가 그렇듯 (구글, 페이스북, 징가, 넷플릭스, 훌루, …), 아마존 역시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일 매일 개선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의 숨은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을 보면 감탄할 정도이다.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매우 초창기부터 이렇게 데이터 분석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 아마존은 1997년에 처음으로 A/B 테스팅 (두 개의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만족도를 측정하여 반영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2001년에는 배달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한, 아마존의 소비자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아마존을 통해 구매한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구매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이 바로 나다. 1년간 아마존에서 사는 제품이 100개가 넘는다.) 아마존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이 아래 세 장의 슬라이드에 소개되어 있다.

첫째 비결은 "반복 사용": A. 판매자는 왜 아마존을 이용하나? 1) 1억 3천 7백만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 2)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아마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B. 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용하나? 1)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2) 각 사람들의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저장되어 있다.

두 번째 비결은 "고른(seamless) 통합". A. 아마존이 어떻게 판매자들을 통합하는가? 1) 판매자 점수 모니터, 2) 저품질의 제품을 파는 판매자 차단. B. 어떻게 사용자 경험이 통합되어있는가? 1)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별 판매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무료 배송).

세 번째 비결은 "락인(lock-in)". A. 어떻게 판매자들이 락인되는가? 1) 판매자의 고객들은 사실은 아마존의 고객이다. 2) 판매자들은 소비자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3) 아마존과 거래를 오래 할수록, 그 수준의 서비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B. 어떻게 소비자들이 락인되는가? 1) 킨들 이북은 아마존 자체 포멧이라 일단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다른 기기로 볼 수 없다. 2) 아마존 프라임 멤버에 가입하면 (1년에 79불) 이틀 무료 배송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올해 47세의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2010년에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6분 25초 지점부터 그의 연설이 시작된다. 10살 때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해서 “It’s harder to be kind than clever (똑똑한 것보다 친절한 것이 더 여럽다)“는 원칙을 배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뉴욕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존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어떤 기분으로 어려운 선택을 내렸는지 등을 설명한다. 연설 중 마지막 대목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와이프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녀는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당시 내가 존경하던 상사에게 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팔고 싶다구요. 센트럴 파크를 한참 걸으면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던 그가 말했습니다. “That sounds like a really good idea, but would be even BETTER idea for someone who already didn’t have a good job. (그거 참 멋진 아이디어군, 근데 이미 좋은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일텐데..)” 그리고 48시간동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싫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열정을 따르기 위해 가장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지만, 저는 그 선택이 자랑스럽습니다. (중략) 시간이 지나 당신이 80세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용한 방에 혼자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혼자 이야기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간결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는, 결국 당신이 했던 선택들을 나열하는 것일겁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 그 자체입니다 (In the end, we are our choices).

자기 자신에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 (Build yourself a great story. Thank you, and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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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Customer)이 아닌 관객(Audience)을 모으는 것이 진짜 마케팅

미국은 인터넷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부유한 나라이지만 이런 데서는 뒤쳐져있다. 한국에서 “광랜” 같은 빠른 인터넷을 즐기다가 미국에 도착하면 오면 처음엔 기술 후진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역시 한국이 최고구나, 미국은 선진국이라 뻐기지만 이런 데서는 한참 뒤져 있구나’ 하며 으쓱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이점도 있다. 예를 들면 Gmail에서 쓰기 시작해서 유명해진 Ajax (Asynchronous Javascript and XML) 기술은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빨랐다면 굳이 연구에 연구를 해서 탄생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아직도 우리나라 웹사이트 중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즉, ‘환경의 제약’이 ‘기술의 혁신’을 불러 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해 보겠다.)

구글이 약 한달 전 (2월 10일) 재미난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은) 계획을 발표했었다. 즉, 인터넷 망 속도가 전체적으로 느린 미국에서 기존보다 100배 빠른 광통신을 깔아보겠다는 것이다. 기존 경쟁자와 비슷한 가격으로, 50,000명 정도에게 먼저 제공을 해보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얼핏 보면 구글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인터넷 망 사업에 진출하겠다니 생뚱맞지 않은가? 이런 일을 왜 하려고 할까? 그들이 밝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Next generation apps: We want to see what developers and users can do with ultra high-speeds, whether it’s creating new bandwidth-intensive “killer apps” and services, or other uses we can’t yet imagine.
* New deployment techniques: We’ll test new ways to build fiber networks, and to help inform and support deployments elsewhere, we’ll share key lessons learned with the world.
* Openness and choice: We’ll operate an “open access” network, giving users the choice of multiple service providers. And consistent with our past advocacy, we’ll manage our network in an open, non-discriminatory and transparent way.

간략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application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 제공
* 광통신을 설치하는 새로운 기법 연구
* Open access: 현재 미국 인터넷 케이블망은 지역별로 할당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Comcast에서 제공하는 케이블 망과 AT&T에서 제공하는 ADSL 망이 유일한 두 가지 인터넷 연결 채널이라 가격이나 품질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글이 이걸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다음 세대 킬러 앱(killer app)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인지, 앞으로 그런 게 탄생하려면 빠른 인터넷 속도가 도움이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한 번 해보겠다고 하면서 관심 있는 지역 사회, 지역 정부 등은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났다. 어제 (3월 26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600개의 지역 사회가 지원을 한 것을 비롯해서 총 190,000건의 요청이 들어왔다. 아래 도표는 어디서 응답이 왔는지 보여준다. 작은 원은 지역 정부의 요청이 들어온 곳을 표시하고, 큰 원은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설치해 달라고 요청한 곳을 표시한다.

출처: http://www.google.com/appserve/fiberrfi

Google 광케이블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심지어 비디오를 만들어 Youtube에 올린 곳도 있는데, 너무 재미있으니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노래까지 만들었는데 멜로디가 상당히 좋다.

위 동영상에서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Because of you there is no limit to all the things that i can do. Now that I find you thank you, Google fiber.” (당신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없어요. 이제 당신이 고맙다는 걸 알겠어요. 고마워요, 구글 파이버)

또다른 Youtube 비디오가 있다. 이번엔 조금 우스꽝스러운데, 그래도 묘한 매력이 있다.

참 재미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듯이, 회사가 사람들에게 수천, 수억원의 광고비와 영업비를 써 사며 “우리 제품을 써주세요. 자, 우리 제품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러이러한 기능을 갖추었으며 경쟁사 제품보다 값은 더 저렴할 뿐더러 브랜드 인지도도 높으며…”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재 고객이 “우리한테 와주세요. 플리즈. 우리는 더 재미있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더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 우리 동네에 설치해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니 말이다.

구글의 이번 성공을 요약하며 쓴 블로그에서 나는 다음 문장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

Of course, we’re not going to be able to build in every interested community — our plan is to reach a total of at least 50,000 and potentially up to 500,000 people with this experiment. Wherever we decide to build, we hope to learn lessons that will help improve Internet access everywhere.

물론, 우리 계획에 관심을 보이는 모든 커뮤니티에 설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적어도 50,000개의 커뮤니티에 설치해서 최대 500,000명에게 서비스를 해보는 것입니다. 어디다 짓게 되든지, 거기서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것이 미국 전역의 인터넷 접속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 저곳에 일단 지은 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고객을 늘려나가겠다는 접근법이 아니다. 실험적으로 몇 지역을 선정하여 설치하고 난 후, 거기서 교훈을 배운 후에 더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가진 돈이라면 (구글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2009년 9월 30일 기준으로 $22 billion, 약 25조였다. []), 먼저 거액의 돈을 들여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고 여러가지 리서치를 통해 위치를 선정하고, 그 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백억을 써서 TV광고를 하며 가입자를 늘려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게 대부분의 회사가 쓰는 방법이고 오랫동안 검증이 되어 온 방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단 블로그를 통해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취지를 설명한 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고객이 아닌, 관객을 모았다. 보통의 방법이라면 수십, 수백억이 들었을 일을 돈 한 푼 안들이고 이뤄낸 것이다. 들인 돈이라고는 블로그에 글 한 편 쓰기 위해 들인 시간 비용이 다라고 할 정도이다.

James Kelly, Product Manager at Google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구글’이라는 추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구글에 입사해서 일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게 일을 하는가이다. 그 중 한 명이 Google의 Product Manager인 James Kelly인데,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이렇게 쉽게 프로필을 찾을 수 있어서 나는 LinkedIn을 자주 이용한다), 구글에 입사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구글의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이정도도 나름대로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LinkedIn에서,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Product manager, engineer and technologist experienced in optical, broadband, and internet technologies, access, core and cloud networks. A 14 year career in high tech spanning a global Telco carrier (BT), a start-up service provider (Adevia), international and domestic business at a silicon valley technology vendor (Terawave) and global internet service and search (Google).

즉, British Telecom이라는 글로벌 텔레콤회사, Adevia라는 벤처, Terawave라는 벤더에서 일하면서 이 분야에 14년 경력을 쌓아 온 후 Google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람이 이 제품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나갈 지 기대가 된다.

많은 회사들이 고객에 초점을 맞추며 어떻게 하면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을까 고민하면서 오늘도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필요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고객을 ‘고객’이 아닌 ‘관객’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제품을 끼워 팔고, 제품을 한 번 사면 2년간 묶어 두고… 이것은 고객을 모으는 행위이다. 연주자 또는 성악가가 관객을 모을 때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감성적 가치를 제공해야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을 유지하기 위해서 연주자는 다음 공연을 정성으로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알릴 것이다. 또한 그들과 1:1로 소통하기 위하여 순회 공연을 하고 팬 사인회 등을 할 것이다. 공연에 감동한 관객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기 친구들, 가족들에게 자신이 받은 감동을 나눈다. 그러면 또 새로운 관객이 생겨난다. 마치 트위터에서 RT를 받으면 그만큼 follower 수가 늘어나듯이 말이다.

고객(Customer)이 아닌 관객(Audience)을 모으는 것, 그것이 진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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