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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 (2)

이전 글에 이어, 이번에는 페이팔 마피아의 주요 멤버들과 그들이 한 일을 소개한다.

1. 피터 씨엘(Peter Thiel)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씨엘(Peter Thiel)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그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다. 페이팔이 이베이에 매각되던 시점에 $68 million (약 800억원) 정도를 벌었다(이 자체는 아주 큰 액수는 아니다). 그가 한 중요한 역할 덕분에 그는 마피아의 ‘대부’라 불리기도 한다.

2004년 8월, 마크 저커버그가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 50만 달러를 투자해서 당시 10%의 지분을 확보했고(이 장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도 등장한다: 유투브 비디오), 그 주식은 현재 시가로 2조원어치가 넘는다[]. 또한 파운더 펀드 The Founders Fund 라는 스타트업 투자 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를 통해 Quantcast, Yelp, Slide, LinkedIn, Palantir 등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성공적인 회사에 투자했다. 지금은 또한 자산 규모가 2.2조원에 달하는 헷지 펀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20 under 20″라는 씨엘 펠로우십 Thiel Fellowship 프로젝트이다[참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대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무려 10만 달러(1억원)를 투자받는다. 2011년에 1기, 2012년에 2기 24명이 선정되었는데, 엊그제는 1기 중 한 명이 만든 회사가 성공적으로 엑싯(exit)했다는 기사가 테크크런치에 실렸다.

씨엘 펠로우십 2012년 최종 선정자들. 이들은 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각자 10만 달러를 받게 된다.

2. 맥스 레브친(Max Levchin)

맥스 레브친

페이팔의 핵심 기술을 만든 천재 엔지니어이다. 일리노이 공대 출신의, 현재 36살의 그는, 페이팔 매각 후 회사를 나와 Slide.com을 만들었고, 이를 구글에 $182 million (약 20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구글의 실패한 인수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옐프(Yelp)에 무려 $1 million (약 11억원)을 투자했는데, 훗날 옐프가 상장하면서 큰 이익을 거두었다. 그 외에도 핀터레스트(Pinterest), 유누들(YouNoodle), 위페이(WePay) 등 1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했다. 현재는 Kaggle이라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 회사의 Chairman이다[].

3. 엘론 머스크(Elon Musk)

엘론 머스크(Elon Musk)

엘론 머스크만큼 자신의 꿈에 ‘무식할 만큼’ 매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실 그는 페이팔에서 밀려났던 사람이다. 자신이 세웠던 인터넷 은행 X.com과 피터 씨엘과 맥스 레브친이 세운 회사 컨피니티 Confinity 가 합쳐져 새로 만들어진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된 이후, 페이팔이 윈도우즈 시스템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맥스와 큰 충돌을 일으켰다. 결국 맥스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이후 페이팔을 떠났다. 맥스 또한 그 갈등 때문에 회사를 떠날 생각까지 했었다고 회상한다(주: Founders at Work).

페이팔을 떠난 후 그가 세운 회사는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이다. 디자인이 너무나 멋진 10만 달러짜리 전기 자동차 테슬라. 누구나 그 차를 보면 군침을 흘리지만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 가격도 차 가격이지만, 전기 충전소가 많지 않아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는 보다 저렴한 (6만 달러) 모델인 Model X를 내놓았고, 지금은 전기 충전 스테이션을 여기 저기서 흔히 찾을 수 있으며(샌프란시스코 시내 전역과 주차장에서 무료 충전 스테이션을 찾을 수 있다), 닛산에서 만든 전기 자동차, LEAF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 자동차, Model X

경기 하강과 함께 엄청난 적자가 나는 것을 보고, 저러다 회사 망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실제로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다임러 Daimler 의 투자, 주식 상장과 미국 정부의 대출 덕분에 살아났다고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금 전기자동차의 대명사가 되었고,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전시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된 것은 SpaceX라는 거대한 민간 우주선 프로젝트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후, 그의 프로젝트는 멋지게 성공했고, 미국 우주선 개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한때 전 인류에게 꿈을 안겨 주었던 NASA는 이제 한 물 갔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트위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마치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라고 의미하는 듯하다.

엘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elonmusk).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놓았다.

4. 스티브 챈(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두 사람이다. 페이팔의 엔지니어였던 그들은 회사를 나가 유투브를 만들었으며, 이를 구글에 $1.6 billion에 매각했다. 페이스북 초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페이스북 이펙트”에 따르면, 스티브 챈은 유투브를 창업하기 직전 페이스북의 엔지니어로 일했었다. 요즘은 무얼 하는지 조용한데,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나온 뉴스를 보니 딜리셔스 회생시키려 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직후 스스로 찍었던 짧은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가 있다. 행복함을 애써 감추려는 듯한 표정이다.

5. 리드 호프만 (Reid Hoffman)

리드 호프만 (Reid Hoffman)

이 사람을 빼놓고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종종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넓고 깊은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으로 인용되는데, 링크트인 창업자이기 이전에 페이팔의 고위 임원(EVP)이었고 투자가였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50개 이상의 회사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참고: CrunchBase 프로필). 피터 씨엘과 함께 매우 초기에 페이스북에 투자하면서 페이스북 성공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다.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성공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존경을 받는 것 같다. 최근 그가 쓴 책, ‘The Startup of You(당신이라는 스타트업)‘을 읽었는데, 거기서 자신의 네트워킹 스토리와 함께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2004년 당시 마크 핑커스(Mark Pincus)와 친하게 지냈었는데, 페이스북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자 (아마 페이스북에 이미 투자했던 피터로부터 소개받았던 듯하다) 자신에게 할당된 지분의 절반을 마크에게 떼어주었다. 그래서 그와 마크가 각각 5만 달러를 투자했고, 그 가치는 현재 수천억원에 이른다(주: Who Owns Facebook). 2007년, 마크 핑커스가 징가(Zynga)를 설립하자 즉시 그 회사에 투자했고, 나중에 Zynga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또 큰 돈을 번다.

6. 제레미 스토플만(Jeremy Stoppleman)

그는 페이팔의 엔지니어였는데, 페이팔을 나와 옐프(Yelp)를 창업했고, 앞서 블로그에서 소개했듯(주), 옐프는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옐프와 제레미 스토플만에 대해서는 밸리인사이드의 이전 글, “옐프, 미국 최대의 지역 리뷰 사이트“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다.

7.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

페이팔의 마케팅 디렉터였던 그는, 현재 500 Startup이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CEO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님의 글 “500 스타트업 이야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의 사례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로 불릴 만한 사례는 테터앤컴퍼니이다. 노정석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2008년에 구글에 인수된 이후 김보경, 한영, 차경묵, 정윤호 대표 등 5명의 창업자를 배출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김창원 대표가 구글에서 나와 타파스미디어를 설립했다.

내가 있었던 게임빌에서도 창업자들이 많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이 페이팔 초기와 비슷했다. 페이팔은 1999년 1월 1일에 만들어졌고, 게임빌은 2000년 1월 11일에 만들어졌다. 게임빌이 2000년 4월 첫 게임을 출시한 후, ‘서울대 벤처 동아리’출신 송병준 대표가 만든 회사라는 소식이 수많은 신문에 인용되었고, 서울 공대 및 경영대에 포스터를 붙인 후에 서울대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게임빌 문을 두드렸었다. 그렇게 해서 게임빌에 합류한 사람 중 몇몇은 게임빌에 남아 회사를 성장시켰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게임빌을 거쳐 다른 회사에 가거나 창업을 했다.

1) 정성은, 최영수

게임빌에서 오랜 시간 일했던 이 둘은 2009년에 위버스마인드라는 영어 교육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의 첫 작품은 워드스케치(Word Sketch)인데 그림을 이용해서 단어를 외우면 더 쉽게, 더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단어 하나 하나마다 그림을 그려 단어 암기용 단말기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뇌새김 토크를 출시했다.

2) 문성훈

게임빌에서 초기에 모바일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는 모바일 게임 회사 엔소니를 창업한 후, 이를 보라넷에 매각했다. 엔소니는 모바일 RPG 게임 장르에서 확고한 인지도를 구축했고, 최근 스카이레이크에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3) 박정우, 송일규

이 둘 역시 게임빌에서 기획자, 개발자로 일하다가 에버플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최근 게임빌을 통해 퍼블리싱한 데스티니아는 출시 첫 날 앱스토어 RPG 장르 1위를 차지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게임빌의 개발자였던 정주영씨는 훗날 로티플의 창업 멤버가 되었고, 이 회사는 2011년 말에 카카오톡에 인수되었다.

제 2, 제 3의 페이팔 마피아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비젼이 있는 사람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들이 모여 역사에 남을 회사를 만든 후, 나가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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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 (1)

2012년 5월 22일.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또 한 번 미국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남겼다. 최근 보급형 모델인 Model X를 출시한, 혁신적인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돈을 무려 $100M(약 1,100억원) 투자해서 SpaceX라는 민간 우주선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회사에서 만든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우주 기지에 도착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많은 미국인들의 트위터와 방송을 통해, 그의 꿈이 실현되는 장면을 감격스럽게 지켜보았다. 그는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이었다.

SpaceX의 Falcon 9/Dragon 발사 장면. SpaceX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선 회사이다 (출처: Flickr)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이미 언론과 책에서 여러 번 다루어졌고, 너무나 유명해진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내가 모은 정보를 직접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그 속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고,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용어와 그들의 스토리는 2007년에 포춘지에서 페이팔 출신 투자자, 창업가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성공을 다루는 기사를 실으면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포춘지에 처음 실렸던 ‘페이팔 마피아’들. 샌프란시스코 토스카 카페에서. 갱단 복장을 하고 있다. 맨 앞의 두 사람이 피터 씨엘과 맥스 래브친이다.

페이팔 마피아가 탄생한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처음 그들이 만나게 된 과정이다. 그 이야기는 페이팔 창업자인 맥스 래브친(Max Levchin)이 일리노이 공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이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Founders at Work“이라는 책에 실린 그와의 인터뷰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안(security)’ 기술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교에 있을 때 이미 세 번 창업을 했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그는 또 다른 창업을 위해 스탠포드 옆 팔로 알토(Palo Alto)의 친구 집으로 이사한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며, 그리고 그의 창업에 도움을 줄 사람이 누구일까 찾기 위한 기대감에 차 있었을 것이다. 스탠포드대에서 이런 저런 강의를 들어보던 중 그는 피터 씨엘(Peter Thiel)을 만난다. 당시 헷지펀드 매니저였던 피터는 스탠포드에서 여름 학기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수업은 별로 인기가 없어서 수강생이 겨우 6명 뿐이었다. 이 수업이 훗날 페이팔을 만든 두 공동창업자가 만나게 된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내가 즐겨 듣는 스탠포드의 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강연에서 피터와 맥스가 함께 나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비디오]. 이에 따르면, 당시 피터는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하고 있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고, 그 물결 속에 자신을 위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시카고에서 교육받은 똑똑하고 예리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이사 온 맥스 레브친이 그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맥스는 피터와 몇 번 따로 만나 자신이 가진 두 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오늘날 페이팔의 성공을 만든, 이메일을 이용해서 돈을 보내는 아이디어와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기업용 보안 기술에 관한 두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피터에게 이야기하자 피터는 그 중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헷지 펀드를 통해 맥스의 회사에 몇 십만 달러 정도를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맥스는 용기를 얻어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CEO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피터에게 돌아가서 이야기했다.

“This investment is a great thing, but I have no one to run the company. I’m just going to write the code and recruit the coders.” And he said, “Maybe I could be your CEO.” Jessica Livingston. Founders at Work: Stories of Startups’ Early Days (Kindle Locations 121-122). Kindle Edition.

“당신이 투자해 준다니 고마운데, 이 회사를 운영할 사람이 없어요. 저는 코드를 만들고 코딩할 사람을 찾는 일만 하고 싶거든요.” 그러자 피터가 이야기했다. “내가 당신 회사의 CEO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출처: Founders at Work, Kindle Edition)

그렇게 해서 피터는, 훗날 이베이(eBay)에 무려 $1.5 billion (약 1.8조원)에 매각된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되었다. (설립 당시 그들의 회사 이름은 컨피니티 Confinity 였다. 훗날 엘론 머스크가 만든 인터넷 은행 X.com과 합병하면서 이름이 페이팔로 바뀌었다.)

여기서, 피터 씨엘의 백그라운드를 보면 재미있다. 소위 ‘실리콘 밸리스러운 이력’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에서 트레이더로 일했고, 스탠포드 법대를 졸업한 후에는 변호사로 일했으며, 전 교육부 장관 윌리엄 버넷의 강연 라이터(Speech Writer)로 일하기도 했다. 아마존에서 1996년에 그가 공동 저작한 책을 발견했는데, 제목이 “The Diversity Myth: Multiculturalism and the Politics of Intolerance at Stanford(다양성의 미신: 스탠포드의 다문화주의와 무관용의 정치학)”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추구했던 ‘다문화주의’가 가져 온 문제점들을 비판한 내용이었는데, 1쇄만 출판되고 만 데다 독자 리뷰가 전혀 없는 것을 봐서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었던 책인 것 같다. 그가 맥스 래브친을 만난 때는 이 책을 출판하고 2년이 지난 후였다. 똑똑하고 야심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맥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훌륭한 창업가를 만나서 기회를 얻었을 테지만, 그 순간에 맥스를 만난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둘이 공동 창업한 회사의 첫 제품은 16Mhz밖에 안되는 프로세서를 가진 팜 파일럿(Palm Pilot)에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였다. 그들은 팜 파일럿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곧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의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데 쓰이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들이 모바일 기기 도입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바꾸고, 또 바꾸었다. 기업 대신 소비자들이 암호나 신용 카드 번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팜 파일럿에 저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그러자 ‘돈’을 저장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에 다다랐다. “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전송하기”. 그들의 미래를 바꾼 중대한 전환(Pivot)이었다.

그 뒤는 역사이다. 그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 설명했고, 팜 파일럿을 이용해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은 실제로 그들의 팜 파일럿에서 맥스와 피터의 팜 파일럿으로 $4.5 million (약 50억원)을 보냈다. 흥미롭게도, 아이폰과 페이팔 앱을 이용해서 쉽게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지금에도, 이렇게 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어쨌든, 당시 그들은 이 돈을 이용해서 자신의 인맥 가운데 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훗날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될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은 이렇게 해서 모였다. 특정 회사 출신들이 나와서 창업하고, 투자하고, 성공하는 케이스들은 참 많지만(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야후 출신들도 많이 나와 창업했다), 페이팔 출신 중에 유난히 눈에 띄게 성공한 사람이 많은데다, 그 성공 뒤에 페이팔 출신들끼리의 밀접한 관계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들의 스토리가 더 유명해졌다.

다음 글에서는 페이팔 마피아의 주요 멤버들에 대해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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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왜 강할까

미국은 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을까? 실리콘밸리에 살면 누구나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도대체 이 곳에서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길래 매일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이 생겨나고, 또 그것이 큰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일까? 앞서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했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쾌적한 날씨와 환경, 그리고 인재들이 모이는 곳

이 곳에는 인재가 많고, 인도, 중국,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인재들이 끝없이 몰려온다. 스탠포드, 버클리 대학에 미국 전 지역, 세계 각 나라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고, 그들 중 다수가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는다. 매우 쾌적한 기후를 가진 동시에 사람들의 학력 수준과 생활 수준이 높고,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상을 바꾸는 회사들이 모인 곳, 인재들이 이런 곳을 마다할 리가 없다. 결국, 우수한 사람들 주변에 우수한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천국

엔지니어에게 실리콘밸리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는 것 같다. 이 곳에는 엔지니어들이 존경을 받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글래스도어(Glassdoor.com)에 가면 각 회사별로 엔지니어들의 연봉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중견기업에서 일할 경우 대개 초임이 7, 8만달러에서 시작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곧 10만달러(약 1억 천만원)가 넘어간다. 물론 살인적인 물가와 높은 세금과 의료보험료를 생각하면 10만달러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높은 연봉은 아니지만, 스톡 옵션, 주식 등으로 훗날 벌 수 있는 돈과 주 40~50시간이면 충분한 근무 조건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한 때 샌디에고에서는 “퀼리어네어 (Quillanair) 라는 말이 유행했다. 샌디에고에 본사를 둔 퀄컴(Qualcomm)이 주식을 상장하면서 부자가 된 직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엔지니어다. 미국에서는 입사할 때 많은 경우 주식을 받고, 회사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스톱 옵션을 받기 때문에 회사가 좋은 가격에 상장되면 대부분 큰 부자가 된다. 구글이 상장할 때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수십억, 수백억원의 돈을 벌었다.

물론, 해고의 위험도 있다. 2009, 2010년, 경기가 좋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해고를 당했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많은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이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회사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또 다시 많은 인재들이 외국에서 몰려온다.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강한 처벌

미국은 기본적으로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철저한 곳이다. 법으로 보호가 잘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미국 교육 시스템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이 만든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사하면 안된다고 철저히 가르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적 재산을 귀하게 여긴다. 따라서 대기업이고, 자원이 많다고 해서 섣불리 다른 작은 회사가 만든 것을 무단으로 똑같이 만들지 않는다.

복제할 수 있다 해도 이를 매우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 오라클은 지적 재산권 침해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어서, 어떤 사람이 만든 코드라도 함부로 가져다 쓰거나 복제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회사가 도덕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침해 사실이 밝혀 지면 만인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을 뿐더러 소송이라도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의 가짜 애플스토어에 대한 이야기가 월스트리트 저널 첫 지면에 나오면서 미국인들한테 엄청난 웃음거리가 된 사건이 있었다 [주: WSJ].

갑을 관계는 분명히 존재, 그러나 파트너십에 가까움

한국에는 SI(시스템 통합) 사업이 많고,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철저히 ‘을’에 해당하는 SI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탄생하기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도 그런 갑을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을 주는 쪽은 무조건 갑이고 돈을 받는 쪽은 을이다. 그래서 을 입장에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대접도 한다. 하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수직적 갑을 관계라기보다는 파트너십에 가깝다. 제품, 서비스와 돈을 교환하는 관계일 뿐인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창업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출구(exit)가 있기 때문

왜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모바일 관련 창업이 많이 일어나고 그 중 많은 회사들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까? 그 이유는 출구(엑싯:exit)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엑싯(exit)이란, 회사가 성장해서 매각되거나 주식 시장에 상장되는 사건을 의미한다. 회사를 판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엑싯이 일어나면 창업자를 비롯한 초기 멤버들은 큰 돈을 벌 수 있고, 이는 다른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앞다투어 창업을 하도록 하는 동기가 된다.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수 합병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기업들이 작은 회사들을 큰 프리미엄을 주며 한 달이 멀다하고 인수한다. 그러한 기술을 만들 줄 몰라서가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다른 회사가 만든 기술을 인력 투입이나 자본 투입으로 복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공채 제도가 없고, 직원들의 회사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회사들이 1년 내내 인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회사 인수를 하면 정말 우수한 인재들을 회사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베테랑 투자가들의 뒷받침

회사 초기에 입사해서, 주식 상장을 통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플로리다에 집을 하나씩 사서 여생을 즐기고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 투자자로 변신했다. 그 중 한 명이 크리스 사카(Chris Sacca)이다. 자신이 번 돈과,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2009년에 투자 회사를 만들었고 그 이후 트위터, 고왈라, 인스타그램 등을 포함하여 34개의 쟁쟁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주: CrunchBase]. 법학을 전공했고, 기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그야말로 베테랑 투자가이다. 바로 앞에서 설명했듯, 이 곳에서는 엑싯(exit)이 많이 일어나므로 투자한 돈이 투자가들에게 되돌아올 기회가 많다는 것도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에서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정부 자금 지원 등의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현재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모습만을 흉내내려 한다면 실리콘밸리의 시스템을 절대로 복제하지 못할 것이다. 설사 그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결국은 부실한 회사들만 잔뜩 생겨나고 그 회사들이 제대로 성장을 못해서 결국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일경제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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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

오늘은 전부터 벼르던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Angel Investment)이다. 실리콘 밸리를 들여다보면, 엔젤 투자자들이 이 곳의 잘 갖춰진 창업 인프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위크, 그리고 스타트업의 기록을 모으는 YouNoodle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한 740개의 신생 회사는 328,698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벤처 캐피털로부터 $15.2 billion (약 18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주: Business Week, 2010년 2월 25일)

한국에 있을 때, 자신을 ‘엔젤 투자자’라고 소개한 사람한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게임빌 창업 직후인 2000년의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다가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난 후였는데, 갑자기 내 책상의 전화기가 울렸다. 게임빌에 관심이 있다며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다니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그런 사람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한테 투자받았다가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안좋아졌다. 사기꾼한테 전화받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들로부터의 계속되는 전화를 무시한 후에, 우리는 동양투자증권으로부터 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서는 얼마 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들은 두 엔젤 투자자 Ron Conway와 Mike Maples의 스탠포드대 강연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와 벤처 캐피털이 불을 지펴주는 실리콘 밸리의 잘 갖춰진 창업 환경에 대해서는 이전 블로그, 실리콘밸리의 창업 환경에서 소개한 바가 있고, 또 얼마 전 Mickey Kim(@mickeyk)님이 잘 정리해 주신 Entrepreneur가 성공하는 환경과 문화 만들기라는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투자가, 론 콘웨이

먼저 론 콘웨이 Ron Conway에 대해 잠시만 소개하겠다. 그는 컴퓨터 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훗날 Personal Training Systems라는 회사의 CEO가 되었다. 이 회사를 SmartForce/Skillsoft라는 회사에서 팔았고, 여기서 꽤 많은 돈을 번 것 같다. 그 돈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투자한 회사 상당 수가 크게 성공해서 마이다스의 손이 되었다. 그동안 무려 500개의 실리콘밸리 회사(대부분이 웹 기반 컨텐츠)에 투자했고, 작년에만 70개 이상의 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까지만해도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돈으로만 투자를 했다. 그가 최근에 투자한 회사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Facebook, Twitter, Google, PayPal, TweetDeck 등이 눈에 띈다. 그가 안목을 갖고 투자한 회사들이 앞으로 잘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강연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티나 Tina 교수가 엔젤 투자자인 론과 마이크와 한 대화는 엔젤 투자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엔젤 투자자란 어떤 사람들인가요?

론: ‘리스크(위험)를 지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엔젤 투자자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50K~$100K (5천만원~1억) 정도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193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엔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지요.

창업자들이 엔젤 투자자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요?

마이크, 론: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첫째이겠지요. 그 다음은 인맥입니다. 엔젤 투자자들은 대개 인맥이 좋거든요. 즉, 사람들을 찾아줍니다. 사업 개발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좋은 엔지니어들을 찾아줍니다. 세번째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엔젤 투자자들은 전에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지요. 마지막으로, 좋은 엔젤 투자자들은 더 많은 “엑싯 옵션 exit option“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xit” 이란 기업의 상장, 대기업 매각 등으로 지분을 가진 투자자 또는 창업자들이 수익을 남기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 회사에 관심을 보일 벤처 캐피털리스트(VC)를 찾아서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찾아오면 뭘 먼저 살펴보나요?

마이크: 우선, 투자액으로 봤을 때 저는 백만 달러(약 12억)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관심있게 봅니다. 제가 5억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투자 받도록 합니다. 둘째, 많은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저한테 찾아오는데, 아이디어는 사실 매우 값싸고 흔합니다. 요즘처럼 테스트하는데 돈도 별로 안드는 때에, 만들어 보지도 않고 찾아온다는 건 확신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상품을 살 사람들은 고객입니다. 저는 고객도 아닌데 제가 평가할 수 있나요? 고객이 있어야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제안이 몇 개나 들어오고, 그 중 몇개에 투자하고, 그 중 몇 개가 성공하죠?

론: 하루에 약 5개가 들어오고, 그 중 3개가 거절되고 2개가 검토됩니다. 그러면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죠. 맘에 들면 회사를 만나봅니다. 한 달에 약 하나씩 투자하니까, 월 150개 제안서 중에 1개가 투자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2년간 125개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2, 3개가 록스타가 됩니다. 페이스북이 물론 그 중 하나입니다. 저는 1/3, 1/3, 1/3씩 나누는데, 1/3은 망하고, 1/3은 원금을 돌려주고, 나머지 1/3은 3배, 5배, 10배의 수익을 남깁니다. 여기서 남긴 수익이 나머지 2/3을 충당하죠. 근데, 결국 그 1/3 중 하나가 히트합니다. 그 하나가 나머지 전체 투자액 전체를 책임지고도 남아요. 운좋게 저는 그런 게 매번 하나씩 있었지요. 결국 우리는 그 하나의 ‘히트’를 찾는 겁니다.

실패한 후 되돌아오는 창업자에게 투자하겠습니까?

에반 윌리엄스

마이크: 물론이지요. 좋은 예가 한 가지 있어요. 제가 전에 오디오(Odeo)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가 에반 윌리암스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시에는 애플이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이었죠. 저는 에반을 믿었고, 팟캐스트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주일 후에 애플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발표했지요. 몇 달 후에 에반이 돈을 돌려주겠다며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에 뭐하든지 신경 안쓸테니, 그냥 그 사업에 쓰세요.“. 그러자 에반이 말했습니다. “사실, 요즘 재미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요. 트위터라고…”. “트위터? 이름 재밌는데요? 거기 투자할게요.” 그 다음 이야기는 잘 아시겠지요?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겁니다. 저는 그걸 개인적인 잘못으로 생각 안해요. 뭐든지 다 성공하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론: 저는 창업자의 유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창업가는, 사업이 초기 아이디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그걸 알고 있고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는 투자 안합니다. 저는 이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티나가 질문한다.

티나: 실리콘밸리에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세요. 마크 저커버그를 보세요. 하버드에서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로 왔고, 여기서 성공했습니다. 자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티나: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론: 그럼 사업 시작하지 마세요.
티나: 하하하하… 다른 곳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힘들어요. 유럽에도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실리콘밸리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최고의 창업가들이 여기 와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정말 성공적은 회사들을 보면 캘리포니아 출신이 만든 경우는 별로 없어요. 다들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경합을 벌이는 거죠.

물론 이 대화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럽, 아시아 등 다른 곳에서도 혁신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날마다 새로운 회사가 생겨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특히 그것이 웹과 관련된 사업인 경우는 다른 곳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도 실리콘 밸리로 오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마크는 처음 하버드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곧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겼고, 여기서 사업을 크게 키워냈다.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론과 마이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려면 이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또는, 이 블로그에 방문하면 내용 전체를 한글로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한 축, 엔젤 투자자. 그렇다면 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을까? 통계가 따로 나와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링크트인(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만

첫째, 과거에 창업을 해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2010년 2월, 비즈니스위크에서 조사해서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25명의 엔젤 투자자들을 보자. 이 중 1위인 Chris Dixon은 Skype에 투자했는데, 전에 Hunch의 공동창업자였고, 3위 Reid Hoffman은 LinkedIn을 창업했으며, Mark Andreessen은 넷스케이프를, 7위인 Jeff Bezos는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쇼핑 기업 Amazon.com을 창업했다. 앞서 설명한 Ron Conway도 역시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창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통찰력과 직감을 이용해서 투자 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후배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다른 창업가들과 인맥이 좋기 때문에 이들을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연결해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엔젤 투자자의 프로파일이 아닌가 한다.

둘째, 회사 초기에 참여해서 회사가 상장/매각되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높은 비상장 회사에 취직했다가 회사가 상장하면 입사할 때 받은 주식으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심지어 드물게는 수조원의 돈을 벌게 되는데, 이들이 이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일례로, 구글 초기에 입사해서 돈을 번 사람들 중 상당수가 투자자가 되었다는 기사가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적이 있다. (“구글의 진짜 힘 – 엔젤 투자자들”)
지난 6년간 구글이 상장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 약 50명 정도가 엔젤 투자가가 되어 지금까지 400개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사람만 50명이고, 작은 규모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앞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상장하면서 이런 부자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난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대기업 중역 또는 은퇴한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에 전에 일했던 VP는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며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지인 중에 미국의 한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 트위터 초기에 창업자가 투자를 해달라며 찾아왔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수소문해봤으나 아무도 투자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자기만 투자했고 한다. 트위터의 눈부신 성장 덕분에, 그는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또, 전에 내가 Menlo Park 장로교회의 성가대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엔지니어, 대기업 임원 등으로 있다가 은퇴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한 후에 이사로 활동하며 회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해서 탄생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엔젤 투자자들. 아쉽게도 한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다. 몇몇 선구적인 엔젤 투자자들이 물론 있다. 최근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하고, 그 후 검색엔진 ‘첫눈’을 개발해서 NHN에 350억에 매각한 후 최근 본엔젤스를 공동창업해서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병규 대표가 대표적이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 (@douglasguen)는 대학생들의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는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왜일까?

태퓰러스 창업자, 바트 디크렘

첫째, 엑싯(Exit: 기업이 매각되거나 상장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것)의 차이에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시작하여 고객들이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되면, 즉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레이더에 감지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오라클, 구글, 야후,… 이들의 공통점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편입시켜 회사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매번 발표되지 않아서 그렇지, 거의 한 달에 하나씩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다니는 오라클에서도 회사 인수는 언제나 논의되는 주제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얼마전에는 디즈니가 “탭탭 레볼루션”을 만들어 유명해진 아이폰/아이패드 게임 개발사 태퓰러스(Tapulous)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크 크런치(TechCrunch)에서 기사를 읽으면 거의 매일 하나씩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상장보다는 회사 매각이 훨씬 요구조건이 낮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매각이 이렇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투자액 회수를 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엔젤 투자자들이 더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서 엑싯 모델(exit model)로 기업 매각을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장이 되기 전에는 투자액을 회수하기 힘들다. 비상장 주식을 팔 수도 있겠지만,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경우 (비록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낮기 때문에 팔기도 힘들 뿐더러 팔아봤자 별로 재미를 못 본다. 한편, 그동안은 대기업들이 가치를 지불하고 뛰어난 기술을 사가기 보다는 복제한 후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따라서 엑싯이 불가능하거나 그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투자 인프라의 차이이다. 엔젤 투자와 벤처캐피털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에서 차이가 있다. 4명의 엔젤 투자자가 5천만원씩 2억을 투자했다고 해 보자. 그 돈으로 회사가 제품 개발에 성공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하면, 창업가와 엔젤 투자자들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찾아 나선다. Ron Conway같은 유명한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했다면, 100% 벤처캐피털(VC)의 관심을 받는다. 그 후에 VC들은 A라운드, B라운드, C라운드로 이어지는 투자를 하고, 결국 기업 매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결과 엔젤과 VC 모두 투자금을 회수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부작용도 있다. 엔젤 투자자와 관계가 좋은 창업가들이 계속해서 기회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투자를 통해 돈이 활발하게 돌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유투브 창업자, 스티브 첸

셋째, 한국에 연속적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창업에 성공한 후 회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계속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실패한 사람들이 계속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반면, 미국엔 연속적으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위에서 소개한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암스(Evan Williams)가 그런 경우고, 유투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는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였고, 이전 블로그에 소개한 넷플릭스(Netflix)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도 그렇다. 모두 회사를 만든 후 매각했거나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회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투자를 받고, 회사를 매각하고, 또 회사를 만들고 투자받고, 회사 매각하는 것을 반복하며 더 크고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어낸다.

엔젤 투자. 나 자신도 최근 2개 회사에 투자했고, 또 다른 2개의 미국 회사에 투자하려고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있으면 투자할 생각이다.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분명히 한국에서도 기업 인수, 합병, 매각이 활성화될 거고, 그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가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가 실리콘밸리의 한인 모임인 Bay Area K Group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에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를 요약한 글을 소개한다. 한국과 미국의 엔젤 투자 환경의 차이에 대해 피부로 느낀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초기기업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느낌: 한국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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